[영남 파워기업]3대가 58년간 ‘참기름 만들기’ 외길… 글로벌 식품시장에 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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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울산 ‘옛간’

울산의 참기름과 들기름 생산업체인 옛간에서 생산된 기름이 유명 백화점 판매대에 전시돼 있다(첫번째 사진). 이 회사는 3대째, 58년 동안 전통 방식으로 기름을 짜고있다. 옛간 제공
울산의 참기름과 들기름 생산업체인 옛간에서 생산된 기름이 유명 백화점 판매대에 전시돼 있다(첫번째 사진). 이 회사는 3대째, 58년 동안 전통 방식으로 기름을 짜고있다. 옛간 제공
재래시장에서 팔던 전통 참기름이 세계시장을 넘보고 있다.

울산 북구의 참기름 생산업체 ‘옛간’. 박민 사장(38)은 3대, 58년째 전통 방식으로 참기름을 짜 판매하고 있다. 옛간은 옛날 방앗간의 줄임말이란다. 옛간의 방앗간은 본점 격인 울산 북구 정자동을 비롯해 북구 신천동과 대구, 경기 성남 4곳에 있다. 유명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옛간 참기름, 들기름만 고집하는 유명 식당도 있다. 미국, 호주, 일본에도 수출하고 있다. 직원 20여 명이 연간 생산하는 참기름과 들기름은 300mL 기준으로 30여만 병. 판매량 기준 국내 1위다.

옛간이 정자동에 처음 문을 연 것은 1959년 3월. 박 사장의 할아버지인 고 박일황 옹이 이곳 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하면서부터다. 남편의 박봉에 자식을 키우기 힘들었던 할머니가 바닷가 근처 산을 일궈 참깨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깨 재배에 가장 중요한 배수가 원활한 땅만 골라 참깨와 들깨를 심어 팔았다. 옛간이 고집하는 ‘수막지’ 농법이 이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깨농사만 짓던 어느 날, 할아버지가 고향인 울산 장생포항을 드나들던 동력 어선을 보고 착안해 기름을 짜는 틀을 개발했다. 찜누름틀이었다. 맛과 영양을 높이기 위해 저온으로 깨를 눌러 내리는, 압착방식의 기름 짜는 틀이다.

박 사장의 아버지 박영훈 씨(65)는 경북 구미의 대학교수로 10년간 있으며 참기름 연구를 계속했다. 1988년 교수를 그만두고 고향에 내려와 본격적으로 가업을 이었다. 전공인 배관기술을 바탕으로 찜누름기계도 개발했다. 옛간 참기름이 입소문을 타고 울산을 넘어 전국에서 주문이 쇄도한 게 이때부터다.

아버지 박 씨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교육 관련 사업을 하던 아들을 불러들였다. 당시 30대 초반이던 박 사장은 “참기름을 짜면서 평생을 보내기 싫다”며 제안을 뿌리쳤다. 하지만 며칠 고민 끝에 ‘참기름도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키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가업을 잇기로 마음을 바꿨다. 대학에서 전공한 경영학도 도움이 됐다. 2010년 12월이었다. 박 사장은 1년간 직원 1명과 함께 전국을 돌며 참기름 시장조사를 했다.

박 사장은 전통 참기름에 현대와 글로벌 이미지를 보탰다. 깨의 외피와 내피 간격, 두께까지 측정해 최상의 깨를 선별한 뒤 자연바람에 건조시켜 깨의 고소한 맛과 향, 영양소가 그대로 보존되도록 했다. 특히 240여 가지 안전성 검사를 통해 ‘잔류농약과 벤조피렌 0’라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이렇게 엄선된 깨로 저온 압착 찜누름 방식으로 기름을 짜고 있다.

박 사장은 “처음에는 참기름, 들기름도 자동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할 줄 알았는데 깨를 볶고 온도를 조절하고 짜는 것은 자동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전통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옛간에서는 참기름과 들기름, 생들기름을 다양한 용기에 담아 판매한다. 선물세트는 명절마다 불티나게 팔린다. 할머니가 가족을 위해 만들었던 곡물가루도 ‘순수곡물’이라는 상표로 출시하고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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