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사무장병원’ 신고 포상금 지급 빨라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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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급여 일부만 환수해도 지불… 수년째 못받는 사례 없애기로

이민수(가명·32) 씨는 2013년 자신이 다니던 병원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고한 ‘공익 제보자’다. 취업준비생이던 이 씨는 2012년 지인의 소개로 근무를 시작했다가 뒤늦게 이곳이 다른 의사의 명의를 빌린 불법 ‘사무장병원’인 사실을 알았다. 생계비 걱정에 한동안 ‘침묵’하던 이 씨가 신고를 결정한 것은 건보공단의 신고 포상금 제도를 알게 되면서였다.

그러나 이 씨는 아직 포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건보공단이 사무장병원이 부당하게 타낸 요양급여 ‘전액’을 환수해야만 포상금을 지급하는데 징수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이 씨처럼 ‘억울한 제보자’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건보공단이 사무장병원이 부당하게 타낸 요양급여 ‘일부’만 환수해도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시행규칙을 개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포상금이 100만 원 미만이면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포상금 지급 심의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지급하기로 했다.

신고 포상금 제도는 국민들이 낸 건보료를 갉아먹는 주범인 사무장병원을 근절하기 위해 2005년 도입됐다. 1억 원이던 포상금 상한액은 2014년 10억 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까다로운 포상금 규정 탓에 이 씨처럼 수년간 포상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 적발된 사무장병원 부당청구액 5403억4400만 원 중 건보공단이 징수한 금액은 420억9000만 원(7.8%)에 불과했다. 사무장병원 대다수가 적발에 대비해 미리 재산을 빼돌리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21일 열린 올해 첫 포상금 지급 심의위원회에서부터 적용된다. 심의 결과는 24일 나온다. 이 소식을 들은 이 씨는 “신고한 게 탄로나 한동안 사무장병원장으로부터 회유와 협박에 시달렸고 경찰과 검찰 조사에도 수년간 불려 다녔다”며 “뒤늦게나마 조금이라도 보상을 받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무장병원을 근절하려면 더욱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적발된 사무장병원은 255곳으로 2009년(6곳)의 42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환수 결정 금액은 5억5800만 원에서 5403억4400만 원으로 968배로 늘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후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어 사전 방지에 힘을 써야 한다. 한시적으로라도 사무장병원 적발을 전담하는 특별사법경찰관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사무장병원#신고#포상금#지급#부당급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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