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안의 ‘소록도 할매 천사’ 봉사정신 배우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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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안느-마가렛 봉사학교
고흥군, 내년 6월 봉암리에 건립
두 수녀 소재 다큐 영화 20일 개봉

소록도 할매 천사로 불리는 마리안느 스퇴거(83)와 마가렛 피사렉 수녀(82)의 봉사정신을 배우는 봉사학교가 소록도 인근에 건립된다.

전남 고흥군은 2018년 6월 도양읍 봉암리 녹동휴게소 터에 마리안느-마가렛 봉사학교 문을 열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이 학교는 사업비 30억 원이 투입돼 연면적 1250m²,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진다. 학교는 100명이 교육과 숙박을 할 수 있는 시설과 기념관이 들어선다. 봉사학교는 소록도에서 1km 정도 떨어진 언덕 위에 자리할 예정이다. 봉사학교는 두 수녀의 숭고한 봉사 정신을 배우고 실천하는 거점 시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자원봉사자 교육은 물론 간호사들도 따뜻한 사랑을 배우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스트리아 국립간호대를 졸업한 스퇴거 수녀는 한센인 치료 시설인 소록도에 간호사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1962년 한국에 입국했다. 이후 43년 9개월 동안 소록도에서 한센인들에게 봉사활동을 하다 귀국했고 현재 암 투병 중이다. 피사렉 수녀는 오스트리아 국립간호대를 졸업한 뒤 1966년 소록도에 들어와 39년 1개월 동안 봉사활동을 했다. 귀국한 그는 치매 증세가 나타나 요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한센인들에 대한 편견 때문에 의사마저 접촉을 꺼리던 당시 두 수녀는 맨손으로 한센인의 상처에 소독약을 바르고 한 식탁에서 식사하면서 사랑으로 환자들을 보살폈다. 두 수녀는 2005년 ‘건강이 악화돼 환자들을 돌볼 수 없어 부담만 주는 것이 미안하다’는 내용의 편지 두 장을 남겨 놓고 고향인 오스트리아 마트레이인오스티롤로 돌아갔다.

두 수녀는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을 아무 연고도 없는 한국에서 한센병 환자들의 상처와 아픔을 보듬고 사랑을 실천했지만 자원봉사자라는 이유로 고국인 오스트리아에 돌아가서 연금을 받지 못했다.

이에 고흥군은 2015년 마리안느-마가렛 선양을 위한 조례를 제정해 두 수녀에게 매달 1004달러의 연금을 지급하는 사업을 만들어 총 10년 치의 연금을 지급했다. 두 수녀는 10년 치 연금에 해당하는 1억여 원을 건네려 하자 ‘봉사활동을 한 것인데 왜 연금을 주려 하느냐’며 수령을 거부해 고흥군에서 설득하는 데 진땀을 빼기도 했다.

고흥군은 또 지난해 소록도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집, 병사성당과 한센인 유품 등을 등록 문화재로 지정받아 관리하는 등 두 수녀의 숭고한 뜻을 알리고 있다. 김승구 고흥군 관광과장은 “두 수녀의 참된 봉사정신을 잇고 제2의 마리안느-마가렛을 육성하는 봉사학교를 건립하는 등 각종 정신 계승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두 수녀의 봉사정신을 느낄 수 있는 휴먼 다큐 영화 마리안느와 마가렛도 20일 전국 CGV 영화관 30여 곳에서 개봉한다. 영화는 오해와 편견이 빚은 애환의 섬 소록도에서 사랑과 헌신을 실천한 두 수녀의 삶을 재조명한 것으로 관객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전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소록도#마리안느-마가렛 봉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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