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저수지’ 카톡 오픈채팅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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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과 무관한 사실 교묘히 조합… 채팅방 10곳중 7곳에 가짜뉴스
익명으로 올리고 SNS 통해 확산… 대선 앞두고 유권자 혼란 커져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인 공간에 확인도 검증도 안 된 거짓말이 쏟아진다. 사람들은 아무 의심 없이 이를 옮긴다. 수천, 수만 명이 거짓말에 전염된다.

‘가짜 뉴스’가 진화하고 있다. 탄핵을 넘어 본격적인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서 가짜 뉴스의 생산 및 유통 경로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카카오톡 사용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픈 채팅방’에서 최근 가짜 뉴스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10곳을 집중 분석했다. 이 중 7곳의 오픈 채팅방에서 정치 이슈를 다룬 가짜 뉴스가 무차별 유통됐다.

가짜 뉴스는 ‘타깃’을 가리지 않았다. 주요 대선 후보는 물론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등에 대한 가짜 뉴스도 수없이 등장했다. 그때마다 욕설과 막말을 동반한 갑론을박이 오갔다. 이는 보수와 진보 진영을 막론했다. 언론 매체를 사칭해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사례도 있었다. 가짜 뉴스로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띄우고, 그렇지 않은 정치인은 흠집을 내는 것이다. 사실과 거짓을 교묘하게 섞은 가짜 뉴스의 파도 속에서 아예 근거가 전혀 없는 거짓말도 덩달아 유권자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대부분의 국민이 이용할 수 있는 카카오톡의 특성상 파급력은 급격히 커진다. 오픈 채팅방은 카카오톡 사용자라면 참여와 탈퇴를 아무런 장애물 없이 할 수 있다. 익명으로도 가능하다. 발언 역시 마찬가지다. 단체 카톡방이나 블로그, 유머게시판 등 다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쏟아지는 가짜 뉴스가 오픈 채팅방으로 다시 모였다 확산되기도 한다. 오픈 채팅방이 가짜 뉴스의 ‘숙주’ 또는 ‘터미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오픈 채팅방 참여자들은 “무엇이 진실인지 모르겠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정확한 실태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채팅방을 열고 닫는 것이 언제든 가능해서다. 주식을 주제로 한 오픈 채팅방도 가짜 뉴스가 판치는 주요 공간이다. 이용자가 실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채팅방 참여자 수는 실시간으로 바뀌고 채팅방 자체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가짜 뉴스 단속을 아무리 강력히 해도 유포자 색출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6일 “대선이 다가올수록 사실을 교묘히 섞은 가짜 뉴스가 더 많아질 것”이라며 “가짜 뉴스의 생산과 유통을 속전속결로 막지 못하면 유권자들의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구특교 기자
#가짜뉴스#카톡#오픈채팅방#sns#감시 의무#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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