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하루라도 일해 보고 싶다는 ‘청년 탈진세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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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경험이 한 번도 없는 20, 30대가 올 2월 11만2000명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9년 이래 최대로 나타났다. 작년보다 5.7% 늘었고,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과 비교해도 35%나 많다. 취업난에 빠진 20대는 전체 연령대 중 정서적 탈진이 가장 심하다는 것이 동아일보 ‘2020 행복원정대’ 취재팀의 분석 결과다.

취업 무경험자가 늘어나는 것은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그만큼 부족하기 때문이다. 단시간 아르바이트나 이른바 ‘열정 페이’를 요구하는 중소기업, 비정규직에 지원한다면 취업률이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딱 하루만이라도 번듯한 회사에 다니고 싶다”는 것이 청년들의 바람이다. 눈높이를 낮추라는 기성세대의 주문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가 크지 않고,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을 때 통할 수 있다.

청년 실업의 심각성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노동시장 개혁과 직업교육 확대, 서비스산업 활성화 등이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점은 다르지 않다. 4월 23일 1차, 5월 7일 결선 투표가 예정된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공무원을 줄이고 그 예산으로 직업교육을 늘리자는 에마뉘엘 마크롱 무소속 후보가 ‘청년을 위한 대통령’이라고 소개했다. 극우 포퓰리즘 정당인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을 지지하는 청년들이 많지만 공공부문 확대 공약은 되레 취업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한민국의 차기 정부를 이끌 대통령은 청년에게 당의정 같은 공약이 아닌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비전을 보이는 사람이어야 한다.
#취업난#취업 무경험자#청년 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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