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째 달리는 ‘늙은 지하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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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새내역 화재 차량 1990년 생산… 법 개정에 폐기시한 넘겨 5년 연장
서울메트로 “5년내 620량 교체”

 22일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에서 불이 난 전동차는 생산한 지 28년 된 차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옛 규정대로면 2015년 폐기될 전동차이지만 관련법이 바뀌면서 사용 기간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서울시와 서울메트로 등에 따르면 사고 전동차는 1990년 11월 생산한 것으로 개정되기 전 철도안전법의 내구연한 시행규칙에 따르면 25년이 되는 2015년에 폐기돼야 했다. 그러나 2012년 12월 법이 개정돼 2014년 3월부터는 25년이 됐더라도 사전 검사를 받아 일종의 ‘리모델링’(대수선)을 거치면 5년씩 더 탈 수 있게 된 것이다. 사고 전동차도 2015년 9월 부품을 해체하고 속을 검수해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뒤 다시 조립하는 ‘전반 검사’를 거쳤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전날 TV에 나와 “보고를 받아 보니 (사고 전동차는) 20년 이상 된 노후 전동차였다”며 “서울 지하철이 전반적으로 노후돼 있다. 1000억 원 이상 투입해 20년 이상 된 전동차는 올해 교체하기로 돼 있는데 거기서 사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는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올해 1085억 원, 내년부터 6791억 원 등 2022년까지 모두 8370억 원을 투입해 2, 3호선 노후 전동차 620량을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하철 1, 4호선 전동차의 노후화도 만만치 않다. 1∼4호선 전동차 1954량 중 21년이 넘은 구형 전동차는 688량이다. 이 중 2호선이 478량으로 가장 많지만, 평균 사용연수로 보면 1호선 17.4년, 4호선 19.2년으로 2호선(15.3년), 3호선(9.3년)보다 교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만성 적자인 서울메트로의 여건상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는 전동차를 빨리 바꾸기 어렵다는 게 서울시 생각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정부에 2017년도 전동차 교체 434억 원, 시설 교체 620억 원의 국비 지원을 요청했지만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는 ‘유지·보수비 지원은 어렵다’며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

 다만 전동차가 25년이 지나면 퇴역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도 의견이 엇갈린다. 전영석 한국교통대 교수는 “25년은 감가상각을 계산하기 위해 일률적으로 정한 숫자일 뿐, 25년이 지나면 열차를 쓸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열차 차체 같은 것은 오래 쓸 수 있지만 내부 전기부품은 내구성이 비교적 떨어져 일률적으로 (사용 연한을) 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정책 객원연구위원은 “만든 지 오래되면 차량의 금속피로도가 높아지는 만큼 일정한 내구연한이 지나면 전체적으로 차를 바꾸는 것이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22일 사고 직후 기관사가 “객실에서 기다리라”는 안내방송을 한 것이 적절했느냐는 논란이 일자 박 시장은 “이런 경우에는 전동차에 머무르는 것이 더 안전하다”며 “1∼2분 후 (출입문을) 개방해서 탈출하게 했다”고 밝혔다.

노지현 isityou@donga.com·홍정수 기자
#지하철#메트로#잠실새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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