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현대화에 34억 들이고도 화마 막지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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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점검]화재 취약한 전통시장
여수 화재사고, 아케이드가 불쏘시개

 15일 화재가 난 전남 여수시 여수수산시장은 약 40일 전 안전 점검을 받았다. 특히 시설 현대화에 30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입했지만 화마를 피하지 못했다. 전국적으로 진행 중인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에 안전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6일 여수시 등에 따르면 여수수산시장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이 진행됐다. 총 34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2006년 화장실 개보수(5000만 원), 2007년 빛 차광막 설치(7000만 원), 2010년 구조 보강과 내·외부 개량(16억 원), 2013년 아케이드 설치(9억3000만 원) 등이다.

 이때 폐쇄회로(CC)TV 33대와 스프링클러 56개, 화재경보기 18개가 설치됐다. 하지만 가연성 자재가 많은 시장 구조물이 불에 타는 걸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장 통로를 덮은 아케이드도 사실상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일단 불이 나면 점포 전체로 빠르게 확산되기 때문에 현재 설치된 스프링클러로는 역부족”이라며 “전통시장의 소방 안전 기준을 강화하고 현대화 사업 때 이를 반영해 공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여수경찰서는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여수수산시장 발화 지점 인근 점포 8곳의 전기 설비를 감식했다. 경찰은 점포 내 전선에서 누전으로 추정되는 흔적들을 확인하고 수거한 설비의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 보통 수산시장에는 특성상 냉장고와 수족관 산소공급기 등 전기 제품이 많다. 전선이 거미줄처럼 얽혀 화재 가능성이 다른 시장보다 크다.

 앞서 여수수산시장은 지난해 12월 5일 소방·전기 등의 합동 안전 점검을 받았다. 당시 옥상 수산물 건조 등 현장 지도 2건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지적이 없었다. 경찰은 상인들이 설을 앞두고 보관하던 포장용 스티로폼도 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경찰은 감식이 끝나는 대로 소방·전기 점검의 문제점을 수사할 계획이다.

 한편 정부는 복구 작업을 위해 재난특별교부세 10억 원을 지원하고 각종 세금 납부와 신고 기한을 연장하기로 했다. 또 피해 상인들에게 긴급경영안정자금(7000만 원 한도·고정금리 2.0%)도 지원하기로 했다.

여수=이형주 peneye09@donga.com /대구=장영훈 기자
#여수#화재#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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