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정진엽]담뱃갑 경고그림의 의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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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고(故) 이주일 씨의 TV 금연 광고 장면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환자의 진정 어린 호소가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은 담배를,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멋진 기호품으로 인식한다. 10, 20대는 더욱 그렇다. 담배의 해악에 대해 아무리 보고 들어도 머리로만 이해할 뿐 가슴으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매년 6만 명이 흡연으로 인해 사망하고, 언제일지 알 수는 없지만 미래에 폐암, 후두암, 심장질환에 걸릴 수 있다고 강조해도, 젊고 건강한 이들은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오히려 이성 친구가 담배를 싫어한다거나 취업 면접에서 흡연 사실이 불리하다는 등의 현실적 이유가 더 큰 금연 이유가 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담배의 유해성을 사람들에게 생생히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끝에 나온 정책이 바로 23일부터 시행되는 담뱃갑 경고그림 제도다. 말 그대로 담뱃갑에 흡연의 폐해를 생생히 나타내는 그림이나 사진을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하는 것이다. 경고그림은 담배의 해로움을 한눈에 보여줄 수 있다. 

 담배 마케팅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 예쁜 담뱃갑은 흡연 행위를 상쾌한 이미지로 포장한다. 그러나 끔찍한 경고그림이 있다면 달라질 것이다.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던 담뱃갑이 흡연의 폐해를 알리는 안내문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효과 때문에 경고그림 제도는 2001년 캐나다에서 처음 시작된 이래 현재 세계 101개국에서 시행 중인 대표적인 금연정책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의무적으로 이행하라고 권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도입 논의가 2002년부터 진행됐다. 하지만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해 진전되지 못하다가 지난해 6월 각계의 노력 끝에 도입이 확정됐다. 그림 제작 등 1년 6개월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3일부터 시행된다.

 지난해 담뱃값 인상과 함께 시행됐더라면 흡연율 하락에 더 효과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이번 경고그림 제도가 2017년 새해를 맞아 다시 한번 금연 열풍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한다. 경고그림은 23일부터 공장에서 반출되는 담배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유통 단계를 감안하면 실제 시중에서 볼 수 있는 것은 1월 중순 이후가 될 것이다. 새해를 맞아 금연에 도전한 흡연자들의 의지가 흔들릴 때쯤 본격적으로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10종 경고그림 중 하나인 실제 구강암 환자가 출연하는 TV 금연 광고도 제도 시행 즈음에 맞춰 방영될 예정이다. 고 이주일 씨 이후 12년 만의 증언형 금연 광고로 경고그림과 함께 흡연의 경각심을 생생히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25일은 성탄절이다. 금연 약속만큼 아이들에게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은 없을 것이다. 연말연시 가족과 함께 경고그림이 그려진 담뱃갑을 볼 필요가 없어질 테니 말이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담배#경고그림#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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