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들의 사랑받는 지속가능한 복합예술기관 만들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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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 1주년]<하> 콘텐츠 큰 그림 그려야

5·18유족회 등 5월 단체들이 옛 전남도청 원형 보전을 요구하며 벌이고 있는 점거농성은 15일이면 100일째를 맞는다. 5월 단체는 옛 전남도청 건물 도색이나 엘리베이터 설치는 예산이 있으면 언제든지 가능하지만 총탄 자국 등은 한 번 없어지면 영원히 복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5·18유족회 등 5월 단체들이 옛 전남도청 원형 보전을 요구하며 벌이고 있는 점거농성은 15일이면 100일째를 맞는다. 5월 단체는 옛 전남도청 건물 도색이나 엘리베이터 설치는 예산이 있으면 언제든지 가능하지만 총탄 자국 등은 한 번 없어지면 영원히 복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14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별관 1층. 70, 80대 5·18유족회 회원 10여 명이 강추위에 비닐 가리개를 한 임시 공간에서 몸을 녹이고 있었다. 임금단 씨(88·여)는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5·18민주화운동 마지막 항쟁지였던 옛 전남도청의 원형을 복구시키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당시 29세였던 임 씨의 아들은 1980년 5월 19일 광주 금남로에서 계엄군이 휘두른 곤봉에 맞아 숨졌다. 5·18 당시 남편과 아들을 잃었던 회원들에게 옛 전남도청은 피눈물이 어린 공간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9월 7일 민주평화교류원 건물인 옛 전남도청 별관 4층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지역위원회 센터를 열려고 하자 5월 단체는 ‘5·18 흔적 지우기’라며 반발했다. 5월 단체의 옛 전남도청 별관 점거는 15일로 100일을 맞는다.

 5월 단체는 옛 전남도청 총탄 자국 복원과 5·18 당시 상황실, 방송실의 엘리베이터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이기봉 5·18기념재단 사무총장은 “2007년 옛 전남도청 별관 보전 논의에 합의했으나 건물 리모델링에 대한 협의가 제대로 없었다”며 “옛 전남도청에 페인트가 칠해지고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문화전당 측은 민주평화교류원 리모델링은 이전에 논의된 종합계획에 따라 진행됐고 총탄 자국 복원 등에 대한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핵심 콘텐츠인 옛 전남도청의 역사지우기를 할 이유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문화전당은 36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총탄 자국 복원은 힘들지만 상황실 복원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금남로1가 전일빌딩에서 헬기 사격으로 추정되는 총격 자국 80개가 발견됨에 따라 옛 전남도청도 정밀 감식을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옛 전남도청 도색과 상황실 엘리베이터 설치는 지난해 이뤄졌다. 일부 예술인은 옛 전남도청 도색 등 예산은 문화전당 문화창조원의 예산이 축소돼 지원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예산 일부가 옛 전남도청 리모델링에 쓰여 콘텐츠 부실과 옛 전남도청 훼손을 불렀다는 것이다. 문화전당 측은 “증액된 민주평화교류원 예산은 건물 리모델링이 아닌 콘텐츠 제작 목적이었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이영철 전 문화전당 전시예술감독(59)은 “재직 당시 핵심 콘텐츠인 옛 전남도청 원형 보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말했다. 5월 단체는 옛 전남도청 원형 보전 분위기가 어느 순간 선회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화전당 측은 옛 전남도청 리모델링은 2007년 마련된 종합계획에 따라 체계적으로 추진됐다고 반박했다.

 지역 예술인 상당수는 옛 전남도청 역사의 흔적은 문화전당 핵심 콘텐츠라고 평가하지만 일부는 옛 전남도청 문제에 피로감을 호소했다. 한 예술 행정가는 “옛 전남도청은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고 명소가 될 수 있다”며 “2007년 옛 전남도청 별관, 올해는 원형 복원 등 문제가 반복되는 만큼 확실한 해답을 찾기 위한 치열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옛 전남도청 등 문화전당 핵심 콘텐츠는 정권 등에 따른 단편적 그림이 아닌 시대를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문화전당 5개원을 총괄하는 방향성 제시도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광주지역과 수도권 예술계가 문화전당의 발전을 위해 화합과 소통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 또한 절실한 상황이다.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는 “문화전당 성공의 핵심 키워드는 지역민들의 애정과 관심”이라며 “지역의 사랑이 문화전당을 지속 가능한 복합예술기관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주기자 peneye09@donga.com
#국립아시아문화전당#5·18민주화운동#옛 전남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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