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이랑의 진로탐험]온라인 흔적 지우는 ‘디지털 장의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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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디지털 세상에도 삶과 죽음이 존재합니다. 사고로 가족을 잃은 사람에게 디지털 세상 속 고인의 흔적은 또 다른 아픔이 될 수 있습니다. 고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각종 사진과 영상이 남아 있으면 유족은 디지털 세상에 들어갈 때마다 고인의 존재를 만나게 되고, 그러면 애써 잊었던 기억이 다시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질 수 있는 거죠. 그러나 자신의 디지털 정보들에 죽음을 고하고 떠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몇 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논의되는 이슈가 바로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입니다. 잊혀질 권리란 광범위하게 게재된 자신과 관련된 온라인 정보를 삭제하도록 요구할 권리를 말합니다. 미국에는 일명 ‘온라인 지우개법’이 있고, 이 법을 근거로 SNS와 인터넷 등의 게시물로 피해를 보는 사람은 인터넷 업체에 게시물 삭제를 요청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대부분 게시물을 작성한 사람만이 삭제할 수 있지만, 다른 사이트로 이미 옮겨진 게시물들은 지울 수가 없기 때문에 게시물이 일파만파 퍼져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장의사’가 필요합니다. 외국에서는 주로 고인의 디지털 세상 속 흔적을 지워 주는 사람으로 한정짓는 편이지만, 디지털 정보를 삭제해서 처리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그 대상은 꼭 고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장의사는 넓은 의미에서 사이버 평판 관리의 한 영역에 포함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사이버 평판 관리자’라는 직업도 최근 주목을 받고 있죠.

 디지털 장의사와 사이버 평판 관리 분야가 앞으로 유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디지털 세상 속에 쌓이는 정보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안에는 진실도 있지만, 거짓과 오해, 왜곡된 정보도 상당수 존재하거든요. 둘째, 회사나 개인에 대한 평판을 온라인으로 검색해서 믿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직원을 뽑기 전에 온라인 평판을 조사하는 회사가 늘었다고 합니다.

 또 이 분야의 어떤 전문가는 디지털 세상 속에도 인권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디지털 세상 속에서 침해받는 인권을 회복하려면 ‘잊혀질 권리’를 행사하고, 게시물 속 주인공이 허위 정보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또는 사생활을 보호받도록 돕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사회적 장치가 중요하다고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사이버 평판 관리와 디지털 장의업이 어떻게 발전하는지 관심을 가져도 좋을 듯합니다. 미래엔 이런 서비스를 만날 일이 늘고 시장도 더 커질 테니까요. 
 
이랑 한국고용정보원 전임연구원
#장의사#디지털#온라인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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