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원순 시장의 ‘대통령 탄핵’ 발언도 대선 전략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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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가 8일 백남기 투쟁본부의 집회를 앞두고 경찰의 소화전(消火栓) 사용 협조 요청을 ‘불허’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어제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실이 공개한 서울 종로경찰서와 종로소방서의 공문을 통해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5일 한 인터뷰에서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소화전에서 쓰는 물은 화재 진압을 위해 쓰는 것”이라며 “시위 진압을 위해 물을 쓰게 하는 것은 용납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 뒤 실제로 물을 못 쓰게 한 일이 확인된 것이다.

 박 시장은 11일 서울시 국정감사에서도 “소방기본법에 소화전 물은 화재 재난과 재난 구호에만 써야 하고 다른 곳에 쓰면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소방기본법은 박 시장의 말과 달리 ‘정당한 사유 없이 소방용수시설을 사용하는 행위’를 처벌한다. 불법 폭력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이 살수차를 사용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 살수차 사용이 위법이나 위헌 판결을 받은 적도 없다.

 수도 서울의 행정과 시민의 안전을 책임진 박 시장이 소방기본법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도 모자라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다른 행정기관의 행정지원 요청을 거부할 수 없다’는 행정절차법 8조를 어긴 것은 위법이다. 박 시장은 8월에도 지방자치단체가 복지 사업을 신설할 경우 중앙정부와 협의하도록 한 사회보장기본법을 무시한 채 청년수당 지급을 강행했다. 어제는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야만적인 불법 행위와 권력 남용을 자행하는 현 정부와 대통령은 탄핵 대상이 아니냐”라고 주장해 대통령과도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박 시장이 끊임없이 정부와 대결적 자세를 취하는 것은 대선 출마를 위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일 것이다. 경찰의 물대포 사용을 제한하고, 청년수당을 나눠주고, 블랙리스트를 파헤치고 싶다면 대선에서 공약으로 내걸면 된다. 그러나 경찰의 물대포 사용을 막으면서 폭력 시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좌편향 지지자들을 겨냥한 정치에 치중하는 박 시장을 서울시민이 어떻게 평가할지 돌이켜 보기 바란다. 서울시장으로 있는 지금은 정부와 경찰의 법집행에 협조하고, 그렇게 못하겠으면 최소한 방해는 하지 말아야 한다.
#백남기#박원순#투쟁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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