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2200억 파산위기 의정부 경전철 멈추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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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객, 예측치의 30%도 안돼 시행사 年 400억씩 적자 떠안아
市와 사업 재조정 협상도 난항

 12일 오전 11시 경기 의정부시 천보로 의정부 경전철 곤제역 승강장. 평일 오전이지만 마치 주말 아침처럼 조용했다. 잠시 후 열차가 도착했다. 열차에 오른 사람은 기자를 포함해 고작 2명. 타고 있던 승객도 5명 남짓이었다. 나머지 좌석은 텅 비어 있었다. 발곡역에서 탑석역까지 의정부 경전철 총 15개 역(11.1km)을 운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5분. 지하철 1호선으로 환승할 수 있는 회룡역과 시내인 의정부중앙역 등에서만 승객이 약간 있었을 뿐 나머지 대부분의 역에서는 승객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 운행할수록 적자 쌓이는 경전철

 의정부 경전철은 2012년 7월 개통했다. ‘수도권 최초 경전철’이란 타이틀이 붙었다. 그러나 개통 4년 3개월 만에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원인은 막대한 적자 탓이다.

 경전철 공사에는 의정부시와 민간 자본 등 5470억 원의 막대한 사업비가 투입됐다. 민간사업자가 건설해 30년간 관리·운영하다 의정부시에 넘기는 ‘수익형 민자사업(BTO)’ 방식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실제 이용객이 예측수요에 크게 모자랐다. 개통 당시 수요예측 전문기관은 하루 7만9049명이 경전철을 이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사업 초기 하루 이용객은 1만여 명에 그쳤다.

 운행 5년 차인 올해 예측수요는 약 11만8000명. 다행히 지난해부터 환승할인 등이 적용되면서 이용객이 하루 3만5000명으로 크게 늘었지만 여전히 예측수요의 30% 수준이다. 의정부시 인구가 현재 43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예측수요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의정부시와 민간사업자는 경전철 사업을 추진하며 최소운영수입(MRG) 조항을 반영했다. 예측수요의 50∼80%일 때 의정부시가 민간사업자의 MRG 손실금을 보전해주는 것이다. 오히려 승객이 예측수요의 50% 미만으로 더 적으면 손실금을 보전하지 않게 돼 있다. 결국 이 조항 때문에 현재 U라인은 연간 400억 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 누적 손실액은 2200억 원에 이른다.

○ 파국 막기 위한 대안도 지지부진

 경전철을 운영하는 의정부경전철(U라인)은 지난해 말 의정부시에 지원을 요청했다. ‘시민의 발’인 경전철의 운행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해 계약기간 중도 해지(2015년 말 기준) 때 받게 되는 해지 환급금을 25년에 걸쳐 나눠 미리 지급해 달라는 것이다. 연간 145억 원 규모다. 이에 의정부시는 올 1월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에 U라인 측이 요구한 ‘사업 재구조화 방안’의 검증을 의뢰했다. 8개월 후 PIMAC는 “사업시행자의 재무회계상 출자자의 자금 투입 없이는 운영이 어려워 사업 해지가 우려되는 상황으로 사업시행조건 조정 가능 사유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U라인 측의 방안이 타당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정부시는 재구조화 방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에 따라 U라인 출자기업들은 자금 지원 중단을 통보한 상태다. U라인 관계자는 “의정부시가 PIMAC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재구조화 불가 방침을 밝히면서 파산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달 말까지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사업 해지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의정부시는 최악의 경우 대체 사업자를 선정하거나 직영화를 통해서라도 경전철 운행 중지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업 해지를 강행하면 사업자에 지급할 환급금과 대출이자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해 더 많은 돈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 철도전문대학원 교수는 “의정부 경전철은 시의 도움 없이는 현재의 적자 구조를 절대 벗어날 수 없다”며 “수요가 어느 정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고 민간사업자가 의지를 밝힌 만큼 사업 재구조화를 택하는 게 피해를 최소화할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의정부#경전철#파산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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