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애물단지 전락… 쫓겨나는 레미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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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중반까지 개발주역 공장들… 주택단지 들어선후 혐오시설로
주민들 “공해-소음 못참아… 떠나라”
서울 5곳 남아… 구로 ‘한일’ 연말이전

서울 성동구에 자리한 삼표레미콘 공장 전경. 인근에는 생태공원인 서울숲공원과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서울 성동구에 자리한 삼표레미콘 공장 전경. 인근에는 생태공원인 서울숲공원과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삼표레미콘 공장 앞. 이른 아침부터 콘크리트를 실은 레미콘 차량이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불과 100여 m 떨어진 곳에는 대형 아파트 단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5도. 하지만 아파트 창문은 대부분 닫혀 있었다.

1968년 공장이 처음 들어설 때만 해도 주변은 황무지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공장 주변에 2만7000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2005년에는 공장 바로 건너편에 대규모 생태공원이 조성됐다. 관할 구청에는 공장을 이전해 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공장 이전 촉구 서명운동에 성동구민의 절반인 15만 명이 참여했다. 주민 김모 씨(35)는 “도심 한복판에 아직도 대형 레미콘 공장이 운영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생태공원과 하천, 레미콘 공장이 한 공간에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시도 “공장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해법은 나오지 않고 있다.

산업화 시대 서울 도심에 터를 잡고 도시 개발의 한 축을 맡았던 레미콘 공장들이 도시 환경이 바뀌면서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1일 서울시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1990년대 10여 곳에 이르던 서울 도심의 레미콘 공장은 현재 5곳에 불과하다. 한일시멘트(구로구 경인로)를 비롯해 삼표레미콘 2곳(성동구 성수동1가, 송파구 토성로)과 신일씨엠(송파구 성남대로), 천마콘크리트공업(강남구 헌릉로) 등이다.

1969년 문을 연 한일시멘트 공장은 약 반세기 만인 올해 말 이전한다. 한일시멘트가 철수한 자리에는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가 들어설 예정이다. 공장 이전은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공해와 소음 등으로 인한 주민들과의 갈등 탓도 크다. 한일시멘트 관계자는 “사업적 결정이지만 주민들의 민원을 수렴한 측면도 크다”면서 “민원 때문에 서울 지역에선 대체 부지 마련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 지방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졸지에 ‘환경오염의 주범’이 된 업체들도 할 말은 있다. 레미콘 공장이 서울에 들어선 건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중반 사이. 당시에는 도심의 변두리였다. 공장 건립이나 가동을 둘러싼 갈등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속속 들어서면서 레미콘 공장들은 본의 아니게 도심 한복판에 놓이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콘크리트는 90분 안에 공사 현장에 도착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며 “현 부지를 떠나 먼 곳으로 옮기면 서울시내 현장에 콘크리트 공급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레미콘#주택단지#공해#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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