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73일 아기천사, 국내 최연소 신장 기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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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받은 30대女 1년간 건강

지난해 7월, 금모 씨 부부가 태어난 지 두 달이 갓 넘은 아들을 데리고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로 뛰어 들어왔다. 갑자기 피를 토하기 시작한 아이는 병원에 도착했을 무렵 얼굴이 하얗게 질려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의료진은 금 군이 태어났을 때부터 뇌에 혈종(혈액이 고인 것)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 곧장 중환자실에 입원시킨 뒤 검사를 했다. 하지만 이미 뇌출혈이 호전될 수 없을 만큼 악화된 상태였고 곧이어 뇌사로 판정받았다.

금 씨 부부는 차마 아이에게서 호흡기를 떼어내지 못하고 며칠을 보냈다. ‘혈종이 발견됐을 때 치료를 받았어야 했나’, ‘그냥 두면 뇌 속 핏덩이가 저절로 사라진다는 말을 믿지 말았어야 했나’ 등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고 한다. 살아오면서 가장 힘든 고민 끝에 아이를 떠나보내기로 마음먹었을 때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 아이 생명의 일부가 다른 사람의 몸에서라도 살아남아 이 세상에 존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금 군이 태어난 지 73일째 되던 날이었다.

금 군의 콩팥은 30대 여성 천모 씨에게 가게 됐다. 천 씨는 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콩팥병에 6년째 시달렸지만 공여자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콩팥병에 걸리면 호흡 곤란과 구토 등에 시달려야 하고 평생 혈액 투석을 해야 한다. 뼈가 약해지고 빈혈이 생기는 건 기본. 말기 콩팥병 환자의 5년 생존율은 암 환자보다 낮다.

금 군의 콩팥은 다행히 천 씨에게 이식하기에 적합했지만 문제는 크기였다. 콩팥은 주변 혈관과 함께 이식해야 하는데, 영아의 혈관은 매우 가늘어 어른의 것에 연결하는 게 쉽지 않았다. 이식한 뒤에도 비틀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교하게 봉합해야 했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지난달 중순, 천 씨는 콩팥 기능 수치(크레아티닌 농도)가 정상 범위 내에서 매우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수술이 성공적이었다는 뜻이다. 금 군은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최연소 콩팥 기증자로 기록됐다. 당시 수술을 맡은 이태승 분당서울대병원 혈관외과 교수는 “이식을 결심한 금 씨 부부의 고결한 마음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최연소 신장 기증#콩팥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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