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시 청년수당 막은 정부가 ‘짝퉁 수당’ 뿌린다는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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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어제 ‘취업성공패키지’ 3단계(취업알선) 참여자 중 2만4000명에게 정장 대여료, 교통비 등 월 20만 원씩 3개월 지원하는 청년구직자 지원사업을 발표했다. 취업성공패키지는 저소득 계층의 취업을 지원하는 정부 사업이다. 1단계(취업상담)와 2단계(직업훈련) 참여자에게는 수당이 지급되지만 3단계에는 수당이 없어 청년희망재단 기금으로 보완한다는 설명이다. 청년구직자에게 현금을 나눠준다는 점에서 보건복지부가 일주일 전 직권취소 조치를 내린 서울시의 ‘청년수당’과 다를 바 없다.

당장 서울시 박원순 시장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정부가 하는 것은 되고 서울이 하면 직권취소인가요” 하고 불만을 드러냈다. 정부는 적극적 구직활동을 증명해야 하고 영수증으로 실비를 정산하므로 취업계획서만으로 지원하는 서울시와는 다르다고 반박했지만 궁색하다. 취업성공패키지 참여자 35명이 청년수당으로 갈아타는 바람에 현금 주는 정책을 마련했다니 결국 고용부가 서울시의 ‘짝퉁 수당’을 만든 꼴이다.

취업성공패키지가 얼마나 ‘성공’했는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이 패키지를 통한 취업률이 2014년 63.7%, 2015년 78.6%로 높아졌다지만 실제로 취업한 뒤 얼마나 오래 일하는지 정밀하게 모니터링하지 않는다. 직업훈련은 한식조리사, 바리스타, 제빵 등에 많이 몰리지만 이 직종으로 취업하는 비율은 30%에 못 미친다는 조사도 있다. 정부가 학원비만 공짜로 제공해 재정만 축낸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복지부는 고용부의 청년구직자 지원 사업엔 정부 재원이 들어가지 않는 만큼 협의의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청년희망재단 기금은 1년 전 박근혜 대통령이 “청년들의 일자리를 지원하는 펀드를 만들자”며 2000만 원을 기부한 뒤 주로 재계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내놓은 성금으로 생긴 기구다. 세금은 아니지만 반강제적으로 모은 돈을 일자리 ‘창출’도 아닌 면접용으로 퍼주는 포퓰리즘에 얼마나 많은 박수가 나올지 의문이다.
#고용노동부#취업성공패키지#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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