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할 시간도 없는데 아침운동? ‘0교시 체육수업’ 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일 17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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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아침에 운동을 하면 더 피곤할 것 같죠? 그렇지 않습니다. 머리가 맑아져 공부가 잘 됩니다. ‘0교시 체육수업’의 검증된 효과죠.”

최근 생활체육 현장에서 만난 우승호 한국뉴스포츠협회 사무처장의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그런 게 있냐”고 묻자 ‘그런 것도 몰랐냐’는 눈빛을 잠시 보이더니 친절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그의 말대로 인터넷을 뒤져 보니 관련 기사가 많았다. 대강의 내용은 이렇다. 2005년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에 있는 네이퍼빌 센트럴 고등학교에서 0교시 체육수업을 했다. 전교생에게 매일 정규수업 시작 전 1마일(약 1.6km)을 달리게 한 것. 한 학기가 지나자 이 학교의 수학·과학 성취도 국제비교연구(TIMSS) 순위는 껑충 뛰었다. 읽기와 문장 이해력도 증가했다. 대신 과체중 학생 비율은 크게 낮아졌다. 뇌 과학 권위자인 미국 하버드의대 존 레이티 박사가 저서 ‘운동화 신은 뇌’에서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는 사례로 든 것이 이 학교다.

뇌 과학의 발달로 운동이 신체뿐만 아니라 뇌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 뇌가 건강해야 학습능력과 인지능력을 키우고 알츠하이머 같은 뇌 질환도 예방할 수 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운동은 뇌에 큰 자극을 준다. 이로 인해 뇌의 혈류량이 늘고 뇌 세포 수도 증가해 건강하고 똑똑한 뇌가 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고교는 달리기를 했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 우 사무처장은 “달리기가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지만 재미는 덜하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농구 같은 구기종목도 무방하다. 중요한 점은 잠깐의 운동이 뇌와 신체를 깨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내용이 소개된 2010년 이후 국내에서도 0교시 체육수업을 도입하는 학교가 생겼다. 일부 시도교육청은 적극 권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짝 관심은 점차 수그러들었다. 이유는 안 봐도 비디오다. 공부할 시간도 부족한데 운동을 시킨다는 이유로 일부 학부모들이 반대를 했을 것이고, 시끄러운 게 싫은 학교장들이 그 의견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최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가 고등학생 학원 교습 시간을 밤 11시까지로 1시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의 지난해 하루 학습 시간은 7시간50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영국(3시간49분)의 두 배가 넘고, 같은 아시아권인 일본(5시간21분)보다도 2시간30분가량 많다. 교습 시간이 연장되면 선진국은 꿈도 못 꿀 8시간 돌파도 가능하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다고 성적이 오르지는 않는다. 성장호르몬이 다량 분비되는 시간에 억지로 수업을 듣게 하는 것 보다 아침에 10분이라도 운동을 하는 게 여러모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래도 ‘아침부터 운동하면 공부할 힘이 없다’고 우기는 이들이 있다면 일본 대부분의 학교가 실시하고 있는 ‘하루 10분 아침 독서 운동’도 괜찮을 것 같다.

이승건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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