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률 ‘31대1’ 멍때리기 대회 인기 폭증…전문가 “정신 ‘깜박깜박’한다면…”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5월 23일 14시 59분


코멘트
멍때리기 대회. 동아일보DB
멍때리기 대회. 동아일보DB
22일 오후 서울 이촌한강공원 청보리밭 일대에서 치러진 한강 멍때리기 대회가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영국 정론지 가디언이 이를 소개할 정도.

멍때리기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무료함과 졸음을 이겨내고 정말 아무것도 하기 않기 위해 애를 써야 한다. 시계를 들여다 보거나 너무 많이 움직이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다. 게다가 이날 행사가 치러진 서울의 날씨는 섭씨 30도를 넘는 불볕더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멍때리기 대회에는 지원자가 엄청나게 몰렸다. 참가 정원이 70명이었는데 2000명이 몰려 31대 1의 경쟁을 뚫어야 본선 출전 자격이 주어졌했다. 참고로 2014년 대회의 참가 경쟁률은 3대 1이었다.

왜 이렇게 인기를 끈 걸까.

대회를 주최한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스마트폰, TV, 컴퓨터 사용으로 인한 정보과잉에 시달리는 뇌를 쉬게 하자는 취지로 대회를 열게 됐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인구 중 80%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이중 15% 가량이 중독 증상을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 하루 평균 이용시간은 4시간에 달해,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대한 집착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동원 교수는 ‘멍 때려라!’라는 책에서 “몸의 이완운동으로 스트레칭이 있다면, 정신의 이완운동에는 ‘멍 때리기’가 있다”며 멍때리기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전문가의 설명에 따르면, 인간의 뇌가 휴식을 취할 때는 뇌의 DMN(Default Mode Network)이라 불리는 부위가 활성화된다. 이때, 뇌는 불필요한 정보를 삭제하고 그동안의 정보와 경험을 정리한다. 불필요한 정보가 제거된 공간에는 기억이 축적된다. 불필요한 정보가 정리되지 않으면 그동안의 정보와 경험을 저장할 공간이 축소돼 기억을 저장하기가 어려워진다. 정신이 ‘깜박깜박’하는 것은 이 과정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일 수 있다.

신 교수는 디지털 기기가 쏟아내는 정보 탓에 1분 1초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짚어 내며 “아주 잠깐이라도 머리가 정보를 처리하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교통정리를 할 시간을 마련해주라”고 조언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