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영남 ‘대작 의혹’,사기죄 적용” …진중권 “檢 오버액션, 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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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5월 17일 11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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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영남/동아일보DB
사진=조영남/동아일보DB
가수 조영남 씨(71)의 ‘그림 대작’ 의혹에 대해 검찰이 사기죄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인 가운데, ‘대작이 미술계의 오랜 관행’이기에 검찰이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왔다.

17일 춘천지검 속초지청에 따르면 그림을 그린 작가에게 저작권이 있다고 본다면, 조영남 씨는 다른 사람이 그린 작품을 자신의 것처럼 판매했기 때문에 ‘사기죄’가 성립된다.

검찰이 전날 조영남 씨의 사무실과 갤러리 등 3~4곳을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적시한 죄명도 사기죄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조수를 이용한 대작이 미술계의 오랜 관행'이라는미술계 일각의 주장에 대해 “섣부른 판단”이라고 일축하며 당분간 압수물 분석과 대작 작품 확인 수사에 집중할 뜻을 밝혔다.

검찰은 “국내외 판례를 검토한 결과 작품은 개성과 실력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제공했더라도 저작권이 아이디어 제공자에게 있다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라며 “유명 화가 중에 조수를 두고 그림을 그린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원작을 여러 개 찍어내는 것은 미술계 관행”이라는 조영남 측의 주장이 설득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미학 석사 출신으로 여러 권의 미학 서적을 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1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검찰에서 ‘사기죄’로 수색에 들어갔다는데, 오버액션”이라면서 “개념미술과 팝아트 이후 작가는 컨셉만 제공하고, 물리적 실행은 다른 이에게 맡기는 게 꽤 일반화한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앤디 워홀은 ‘나는 그림 같은 거 직접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고 자랑하고 다녔다”면서 “그림이 완성되면 한 번 보기는 했다고 하지만, 미니멀리스트나 개념미술가들도 실행은 철공소나 작업장에 맡겼다”고 전했다.

또 1930년대 전화 회화를 선보인 헝가리 태생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모호이 나지’의 사례를 소개하며 “서로 좌표와 색상표를 공유한 채 전화로 간판집에 그림을 주문하는 (방법으로 작품 활동을 했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전시기획자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도 언론 인터뷰에서 "관행이라는 말이 틀린 얘기는 아니다. 심지어 이를 콘셉트로 삼는 작가도 있다"고 말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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