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갑 흡연 경고그림, 원안대로 상단표기 유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3일 20시 46분


담뱃갑 흡연 경고그림이 원안대로 상단에 들어가는 방안이 유력해졌다.

당초 보건복지부는 12월 23일부터 담뱃갑에 흡연 경고그림을 넣기로 하면서 이를 눈에 잘 띄는 상단에 배치하기로 했으나,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가 지난달 이에 제동을 걸고 담배회사 자율에 맡기도록 권고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후 복지부가 “경고 그림을 상단에 배치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재심사를 요구했고 규개위가 논의를 거쳐 복지부가 주장하는 원안으로 되돌린 것이다.

규개위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규개위 회의에서 담뱃갑 흡연 경고그림에 대한 재심사 결과, 담뱃갑 흡연 경고그림을 상단에 위치시키는 원안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규개위는 “앞선 회의에서 복지부가 경고그림 상단배치에 따른 효과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는데, 이번엔 정책효과에 대한 실증적 근거를 제시했고 이를 면밀히 검토했다”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날 규개위 회의에서 그림 삽입 위치를 담배회사들의 자율에 맡기게 되면 담배 판매대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담뱃갑 앞뒷면 하단에 경고그림이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문제제기했다. 이 경우 경고그림의 효과가 10% 이상 떨어지게 된다는 국내 경고그림 시안 실험결과와, 경고그림 상단배치가 하단배치에 비해 금연 및 흡연예방효과가 높다는 국제연구결과도 함께 제출했다.

앞서 규개위는 담뱃갑 경고그림을 상단에 배치해도 소매점이 진열대에 가리개를 설치해 이를 가릴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줄 것을 복지부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담뱃갑 경고그림을 가리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법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규개위는 재심의 과정에서 최근 악화된 여론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규개위가 사실상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준 이후 정부는 물론 금연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담배회사들의 로비 결과”라며 거세게 반발하면서 여론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KT&G 사외이사 경력 등으로 논란이 된 손원익 규개위원이 이번 재심 회의에 불참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은 경고 그림을 담뱃갑 앞뒷면 모두 상단에 배치할 것을 권고하고 유럽연합(EU)은 5월부터 담뱃갑 경고 그림 위치를 상단에 배치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등 그림 상단배치가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이라며 “담배갑 경고그림을 담배회사의 자율에 맡겼다면 실효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다행스러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규개위의 결정 번복으로 보건복지부가 담당하는 금연정책에 강한 추진력도 얻게 될 전망이다. 경고그림 배치 논란이 일면서 금연정책의 효과와 필요성에 대한 여론 환기가 이뤄졌고 복지부의 정책 추진의사가 강하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 복지부는 조속히 경고그림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시행령 작업을 마무리하는 한편 예고한대로 비가격 정책도 강화할 방침이다. 앞서 10일 복지부는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학교절대정화구역내 소매점 담배광고와 20개비 미만 소포장 담배도 판매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2020년까지 성인남성흡연율 20%대 진입을 목표로 금연정책을 이어갈 계획이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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