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은퇴, 아내에 미치는 영향은? ‘우울증 위험 70% 높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8일 14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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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남편을 둔 여성은 일하는 배우자를 둔 여성에 비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최대 70%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스로 은퇴한 남편을 둔 아내가 갑자기 해고를 당한 남편을 둔 아내보다 더 우울증 위험이 높았다.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팀은 2006∼2012년 4차례에 걸쳐 시행한 고령화연구패널조사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45세 이상 남녀 5937명을 대상으로 배우자의 은퇴가 우울감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이와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팀은 남편의 직업상태를 △자발적 은퇴 △의도치 않은 은퇴(비자발적) △재직 중 3가지 항목으로 나눈 뒤 각 상황에 따른 아내의 스트레스를 조사했다.

그 결과 남편이 스스로 회사를 나온 경우(자발적 은퇴) 아내의 우울증 위험도가 가장 높았다. 이들은 재직 중인 남편을 둔 아내와 비교했을 때 우울증 위험도가 70%나 더 높았다. 원하지 않는 은퇴를 한 남편을 둔 아내는 일하는 배우자를 둔 아내 보다 우울증 위험이 29% 더 높았다.

즉 해고를 당한 남편보다 제 발로 직장을 걸어 나온 남편이 아내에게 더 큰 스트레스를 줬다. 왜일까? 연구책임자인 서울대 의대 강모열 예방의학교실 연구원은 “자발적으로 은퇴를 한 남편은 갑작스레 해고를 당한 남편에 비해 ‘나는 할 도리를 다 했다’며 당당한 마음가짐을 가질 가능성이 높고 이 때문에 아내의 착잡한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 남편의 떳떳한 자세와 마음가짐이 역으로 아내에게는 더 큰 스트레스가 되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경제상황 등의 변수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 스스로 직장을 그만둔 남편을 둔 아내의 우울증 위험도는 70%에서 35%로 절반으로 낮아졌다. 아내는 남편의 은퇴로 인해 가계수입 급격히 떨어지는 점을 걱정했다.

한편 남편은 아내가 은퇴를 하든 직장을 계속 다니든 우울감에 별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남녀역할에 따른 고정관념 때문에 배우자의 은퇴의 의미를 남녀가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통합정신의학’ 최근호에 게재됐다.

임현석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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