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인류 문명과 흙, 그리고 농업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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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인류 4대 문명은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더스, 황허 문명이다. 모두 큰 강을 끼고 비옥한 흙을 바탕으로 한 농경문화를 갖고 있었다. 흙은 빗물을 저장하여 홍수를 예방하고, 작물이 자라게 하여 먹을거리를 제공한다. 또 식물의 탄소동화 작용을 통해 공기를 정화하며, 미생물과 미세곤충들의 터전이 된다. 이뿐만 아니라 대기에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줄여 지구온난화를 완화하는 중요한 역할도 수행한다.

우리는 흙의 소중함과 보전의 필요성을 알리고 대국민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3월 11일을 ‘흙의 날’로 지정하여 올해 그 첫 번째 기념일을 맞게 됐다. 3월은 ‘농업·농촌·농민’의 3농의 의미가 있고, 11일은 흙(土)을 상징하는 숫자라는 점을 감안하여 3월 11일을 법정기념일로 정한 것이다.

한반도는 약 2억5000만 년 전부터 화강암이 비바람 등의 풍화작용을 거쳐 만들어진 곳이다. 화강암의 성분은 규소가 70% 이상 함유되어 있는 산성암이고, 지형적으로도 동고서저(東高西低)로 경사가 심해 여름철 집중호우 시 토양 침식이 빈번하며 유럽이나 미국의 땅과 달리 생산성이 높지 않다. 더구나 그동안 식량 증산을 위해 화학비료와 농약 등을 과다 사용함으로써 우리 흙의 건강상태가 썩 좋은 것은 아니다. 이에 우리 토양의 특성을 알고, 흙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지속적인 보전 및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는 일반 국민과 함께 흙의 소중한 의미를 되새겨 보는 데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흙의 보전을 통한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 가축 분뇨 등 부산물의 재활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토양 검정 등 지속적인 농경지 모니터링으로 적정 양분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농경지에 오염물질의 공급을 차단하고 깨끗한 농촌 환경과 흙의 보전을 위해 교육 및 홍보 활동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농업인 스스로가 토양을 보전하고 가꾸는 일에 앞장서고, 소비자들이 건강한 흙에서 생산된 친환경 농산물의 가치를 인정하고 선택할 때 지속 가능한 흙 살리기가 실현될 수 있다.

이 땅을 살아가는 우리는 후손을 위한 미래를 내다보며 흙을 살리고 관리해야 할 것이다. 올해 제1회 흙의 날 기념식을 통해 그간 흙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성과를 공유하고 흙의 소중함과 보전의 필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와 함께 비옥한 흙이 풍요로운 먹거리를 넘어 선진 문명으로 나아가는 밑바탕이 될 것을 희망한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인류 문명#흙#농업#메소포타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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