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싱가포르 교육에서 배워야 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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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희 싱가포르 국립리퍼블릭 폴리테크닉대 교수
김창희 싱가포르 국립리퍼블릭 폴리테크닉대 교수
‘글로벌 자동차 기업인 A사에서 임금협상을 둘러싸고 노사분규가 일어났다. 팽팽하게 맞서는 양측 요구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매듭지어야 하는가.’

교수로부터 A4용지 한 장 분량으로 문제가 주어진다. 강의실은 학생들의 치열한 토론과 질문들로 넘쳐난다. 학생들은 노사 양측을 대변하는 팀으로 나뉘어 협상 테이블에 앉아 수업에서 배운 이론과 사례로 상대를 설득한다. 학생들이 강의실의 ‘주(主)’가 되어 수업을 이끌어 가는 순간이다. 교수는 수업 말미에 노사관계에 대한 경영학 이론을 설명하고 학생들의 토론에 대한 피드백도 잊지 않는다.

이는 필자가 속한 대학의 경영학 수업 풍경이다. 강의 시간 대부분은 학생 주도의 문제기반교육(PBL·Project/Problem-Based Learning)으로 이뤄진다. 단편적이고 암기 위주의 한국 교육현장에선 드문 광경일 것이다.

싱가포르는 국가적 차원에서 PBL 교육을 강조한다. 최근 싱가포르의 인문계 고등학교는 학생이 습득한 지식을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도출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대폭 수정했다. PBL의 최대 장점은 학생들이 스스로 창의적인 생각을 도출하도록 한다는 데 있다. 협업을 통해 비판적 사고와 소통 능력이 증진되는 것은 학생들이 추가로 얻는 기쁨이다. 학생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왜 그럴까? 문제가 무엇일까? 더 좋은 대안은 없을까?” 질문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졸업생에 대한 기업의 평가 역시 호의적이다.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기에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나”와 같은 질문은 적어도 이곳에선 듣기 힘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실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싱가포르가 한국을 앞지르는 것을 보면 묘한 질투심이 생긴다.

질문 없는 강의실과 문제의식 없이 노트 필기에만 사로잡힌 한국의 수업 현장은 미래에 대한 물음표를 생기게 만든다. 한국의 중고교에서 당장 PBL을 시도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다. 하지만 대입제도에서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다소 떨어져 있는 초등학교 일부 과목에 PBL을 시범 도입해 학업 성취도를 시험점수 위주로 평가하는 관행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이는 ‘지식 위주의 암기 교육’에서 ‘배움을 즐기는 행복교육과 학생 중심의 교실수업’으로 전환한다는 교육부의 정책 방향과도 일치하기에 더욱 그렇다. 한국 교육 현장의 행복한 변화의 소식을 이곳 싱가포르에서도 들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김창희 싱가포르 국립리퍼블릭 폴리테크닉대 교수
#싱가포르#교육#글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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