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발언대]‘차 조심’ 아닌 ‘보행자 조심’의 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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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현 강원지방경찰청 경비교통과장
박동현 강원지방경찰청 경비교통과장
봄을 시샘하는 반짝 추위가 유난을 떨더니 어느새 코끝에 따뜻한 봄 향기가 퍼지고 마음까지 들뜨게 한다. 따뜻한 봄은 나들이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하지만 그만큼 긴장이 풀려 안전 의식도 약해지기 마련이다. 차량이 보행자를 위협하고, 보행자 또한 무단 횡단 등 기초 질서를 지키지 않아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일이 빈번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은 4621명으로 이 가운데 보행 중 사망자가 1795명이다. 전체 사망자의 39%에 해당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3배 이상 높을 정도로 비정상적인 수치다.

왜 우리나라는 보행자 교통사고가 많은 것일까. 이는 그동안 우리나라 교통 정책의 패러다임이 언제나 차량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산업 발전을 이끈 자동차로 상징되는 속도 문화가 우리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려 보행자가 운전자보다 뒷전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바꿔야 한다.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교통 정책 패러다임을 보행자 중심으로 전환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차량 중심의 교통 환경을 보행자 중심으로 전환해 보행자가 안전한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경찰은 보행자 중심의 교통 환경을 만들기 위해 횡단보도와 안전 펜스 등 보행 안전 시설을 확충하고 보행자 교통사고 시 벌점을 2배 가중하는 등 행정처분 강화도 추진 중이다. 또한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 이륜차 인도 주행, 악성 불법 주차를 3대 보행자 위험행위로 선정해 집중 단속할 예정이다.

그러나 경찰만의 노력으로는 성과를 제대로 거둘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운전자의 인식 전환이다. 좁은 골목에서 보행자와 만났을 때 조금만 차량 진행에 방해되면 경적을 울리며 짜증 내고 위협한 적은 없는지,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누구나 차량을 운전할 때는 강자가 되지만 차량 문을 열고 나오면 도로의 약자인 보행자가 되는 것이다.

이제는 차가 보행자에게 양보해야 한다. 보행자가 보이면 무조건 일시 정지하고 보행자 시야를 가리는 악성 주정차도 뿌리 뽑아야 한다. 또한 보행자가 길을 건널 때는 안전하게 건널 때까지 기다리고 배려하는 성숙한 교통문화도 필요하다. 차량이 강자고 보행자가 약자인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운전자가 보행자를 존중해야 하는 시대다.

박동현 강원지방경찰청 경비교통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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