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광화문 현판, 원래는 검은 바탕-흰 글씨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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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3·1절 97돌]
美 스미스소니언박물관 증거 사진 발견

흰 바탕에 검은색 글씨로 2010년 최종 복원된 광화문 현판이 원래 검은색 바탕에 흰 글씨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진이 새로 발견됐다. 문화재청은 광화문 복원 당시 ‘바탕색과 글씨 색이 바뀌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현판을 지금처럼 복원해 ‘부실 고증’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재제자리찾기 혜문(본명 김영준) 대표는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의 ‘국가 인류학 자료보관소’에서 1893년 9월 이전에 촬영된 광화문 사진을 최근 찾아 동아일보에 29일 공개했다. 사진은 박물관 홈페이지(collections.si.edu)에서 ‘korea palace gate’로 검색하면 찾아 볼 수 있다.

발견된 사진은 3장이며 이 중 동일한 2장의 사진에서 뚜렷하게 광화문 현판을 식별할 수 있다. 이 현판의 글씨는 1865년 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할 당시 훈련대장 임태영이 썼다.

사진 속 광화문 현판의 바탕색은 검정에 가까운 어두운 색이다. 사진 오른쪽 아래 중절모를 쓴 서양인의 검은색 옷 색깔과 비슷하다. 바탕색보다 밝게 보이는 글씨(光化門)는 흰색 혹은 금색 등으로 추정된다.

한국사진학회장인 양종훈 상명대 영상학부 교수는 사진 속 현판이 현재의 현판처럼 흰 바탕에 검은 글씨는 절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사진 속 건물 처마 밑 단청과 비교했을 때 현판 바탕색이 검정이라는 것은 명확하다”며 “누각 밑의 벽면이 흰색에 가까웠을 텐데, 사진 변색에 따른 벽면의 색 변화를 감안하면 현판 글씨도 흰색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광화문은 1927년 조선총독부가 해체해 경복궁 동문인 건춘문 북쪽으로 옮겨졌다. 6·25전쟁 때 폭격으로 소실됐다가 1968년 철근콘크리트로 복원됐고 2010년 위치 등을 바로잡아 지금 상태로 재복원됐다.

문화재청은 2005년 현판 복원에 착수할 당시 1900년대 초 촬영한 유리원판 사진을 디지털 분석해 현판의 원래 한자 글씨체는 찾아냈지만 바탕색과 글씨 색은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했다. 당시에도 대부분의 궁궐 문 현판이 검정 바탕에 흰 글씨를 썼고,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의 품격 등을 고려할 때 ‘검정 바탕에 희거나 금색 글씨’가 옳다는 문화재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문화재청은 논란이 계속되자 2014년 6월 자료를 내고 “전통건축 사진 서예 등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회의에서 국립중앙박물관과 일본 도쿄대 소장 유리원판 사진을 분석한 결과 바탕색보다 글씨 부분과 이음부가 더 검거나 어두워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임을 재차 확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수년간 광화문 현판의 원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추적해 온 혜문 대표는 “뚜렷한 사진이 발견된 이상 광화문 현판을 다시 제작해 걸어야 한다”며 “광복 70년이 넘은 지금에도 일제가 훼손한 광화문의 옛 모습을 되찾지 못한 현실이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광화문#현판#부실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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