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점점 느는데, 6년째 줄었다는 교육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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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줄어 감소한 총액만 강조… 2015년 1인 비용은 月 24만원으로 8년만에 최고

“사교육비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초중고교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총 사교육비를 학생 수로 나눈 것·24만4000원)가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와 통계청은 26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5년 초중고교생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1인당 사교육비의 증가보다 “2015년 사교육비 총규모는 17조8000억 원으로 6년 연속 감소했다”는 내용을 강조해 ‘꼼수’ 논란을 불렀다. 사교육비 총규모는 학령인구의 감소를 고려하지 않은 수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9년부터 감소세였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현 정부가 들어선 2013년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14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24만2000원)는 조사 시작 이래 최고치였는데 이 기록이 지난해에 또 깨진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보도자료 1쪽에 지난해 사교육비가 2014년(18조2000억 원)보다 2.2%(4000억 원) 줄었다며 2009∼2015년 감소세를 보인 사교육비 총규모 수치를 자세히 공개했다. 반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전년보다 소폭 증가했다”는 내용은 연도별 증가율도 공개하지 않은 채 뒤쪽에 다뤘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은 교육부가 사교육비가 늘어난 사실을 감추기 위해 눈가리고 아웅하기식 발표를 했다고 비판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늘었음에도 사교육비 총규모가 줄어든 것은 전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착시 현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초중고교생은 608만9000명으로 전년보다 3.1%(19만7000명)나 줄었다.

사교육비 조사에 EBS 교재비, 어학연수비, 방과후학교비는 포함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조사에는 학원, 개인·그룹과외, 방문학습지, 인터넷 및 통신강좌 수강료만 들어 있다. 또한 실제로 사교육을 받은 학생(68.8%)만 따져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5만5000원으로 전년보다 0.7%(3000원) 증가했다.

교육부는 일반 교과에 대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19만 원으로 전년보다 0.3%(1000원)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초등학교만 줄었을 뿐 중학교는 2014년 24만8000원에서 지난해 25만1000원으로, 고교는 19만4000원에서 20만2000원으로 늘었다. 예체능 교과 사교육비는 5만3000원으로 전년보다 5.4%(3000원) 증가했다.

양극화 현상은 여전했다. 지난해 월평균 소득 700만 원 이상 가구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2만 원으로 월 소득 100만 원 미만 가구(6만6000원)의 6배 이상이었다. 서울은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33만8000원으로 중소도시(24만 원) 광역시(23만3000원) 읍면지역(16만 원)을 압도했다. 성적이 상위 10% 이내인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1만6000원이지만 하위 20% 이내 학생은 16만8000원만 썼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사교육비#교육부#대선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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