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 논란 청년배당’ 洞별 지급실적 공개하며 공무원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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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3대 무상복지 대해부]

‘(시장) 본인은 트위터며 SNS를 그렇게 열심히 하면서, (직원들에게는) 구닥다리 방문안내를 지시하며… 직원은 안중에 없음.’

경기도청 공무원노동조합의 온라인 사이트에 20일 올라온 글이다. 3대 무상복지(청년배당, 무상교복, 산후조리비 지원)를 강행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을 비판하고 있다. 시 공무원들을 청년배당 대상자의 가정에 직접 방문시켜 수령을 독려하게 한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경기 성남시가 청년배당 제도를 강행하자 한 공무원이 ‘성남시가 무리하게 홍보를 벌인다’는 취지로 게시판에 올린 글. 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 홈페이지 캡쳐
경기 성남시가 청년배당 제도를 강행하자 한 공무원이 ‘성남시가 무리하게 홍보를 벌인다’는 취지로 게시판에 올린 글. 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 홈페이지 캡쳐
○ 청년배당 속도전 펼치는 성남시

성남시가 3대 무상복지 속도전에 나서고 있다. 성남시의회 새누리당협의회에 따르면 성남시는 수당 지급 건수별로 각 동의 순위를 매겨 실시간 공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동의 통장들을 통해 ‘청년배당을 빨리 받지 않으면 앞으로 못 받을 수도 있으니 서두르라’는 문자메시지도 전송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환인 성남시의원(새누리당)은 “공무원이나 통반장이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신청을 독려했다면 이는 분명 위법 행위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남준 성남시 대변인은 “새로운 제도를 홍보하고 알리는 것은 오히려 장려할 일이다. 주민센터별로 집계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단, 실적에 따른 포상이나 불이익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해명했다.

○ 후속 ‘전자화폐’도 급조

성남시가 ‘상품권깡’(상품권을 액면가보다 낮게 현금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2분기(4∼6월)부터는 전자화폐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실행 계획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특정 업종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를 발급하고, 결제 금액을 지방자치단체가 대납하는 등의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가맹점 섭외 및 제휴 △전산화와 테스트 △금융감독원 신고 및 심사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직불카드는 보급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지만 전국 가맹점이 신용카드 가맹점의 10%(약 30만 개) 수준이라 결제 단말기를 새로 설치해야 한다. 이에 대해 한 카드사 관계자는 “수개월이 소요되는 절차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성남시는 정작 전자화폐 구축에 들어갈 비용은 따로 산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카드사 등과의 협의도 현재까지 진행되지 않았다. 서울시가 청년수당 예산 90억 원 중 15억 원을 활동계획서 심사비 등 인프라 구축 비용에 포함시킨 것과 대조적이다.

청년배당이 오히려 저소득 청년들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성남시의 기초생활수급(4인 가구 기준 월 127만 원) 가정 청년이 분기별 12만5000원의 상품권을 받으면 소득으로 인정돼 수급자에서 탈락되거나, 지원액이 깎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저소득층 청년들 일부는 청년배당 수령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 장관 협의 없이 강행

성남시의 무상복지 강행이 현행법의 테두리를 넘어선 위법적 행위라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2012년 사회보장기본법 개정 이후 신규 복지사업을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는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 실제로 2013년 이후 약 500건의 신규 복지 사업이 추진됐고, 9건을 제외하곤 협의대로 진행됐다. 그렇다고 9건의 복지제도가 강행된 것은 아니다. 6건(전남 광양시, 서울 성동구, 경기 안산시, 인천시 등 1건씩, 강원 태백시 2건)은 사회보장위원회 제도조정전문위원회의 조정에 의해 협의가 완료됐다. 협의 절차가 끝나기 전에 예산부터 집행한 곳은 성남시 단 한 곳뿐이다. 복지부와 법정 공방까지 펼치고 있는 서울시가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른 협의를 거부하다 최근 논의를 시작하기로 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유근형 noel@donga.com·조영달·조건희 기자
#성남시#무상복지#복지#청년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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