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동영]이 나라 교육은 평등한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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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영 정책사회부 차장
이동영 정책사회부 차장
그렇지 않은 것 같아 분통이 터진다. 경기 부천에선 3년 넘게 학교에 나오지 않은 어린이가 냉동고에서 꽁꽁 언 시신으로 발견됐다. 지난달에는 인천에서 3년 넘게 학교에 나오지 않은 초등학생이 악마 같은 부모의 손길에서 간신히 벗어나기도 했다. 두 피해 어린이가 다녔던 학교는 서울 강남이나 인천 송도처럼 고소득층 자녀가 많은 곳이 아니다. 강남이나 송도 같은 ‘교육특구’에서 아이가 몇 달씩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거나 학대가 확인됐다는 뉴스는 들어 보질 못했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놓고 전국이 들썩이는 중이다.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정확히는 어떤 성향의 교육감과 시도의원을 뽑았느냐에 따라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희비가 엇갈린다. 서울이나 경기에 사는 학부모는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월 22만 원)을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한다. 부산이나 대구에 살면 몇 달 치를 받을 수 있고 세종시나 울산 경북에 살면 전액 지원받게 된다.

고등학교는 또 어떤가. 전국 어디에 살든 복잡한 미로 속에 놓인 것 같은 대학 입시에 맞춰 학교가 충실하게 잘 준비해 준다고 느끼는 학부모가 얼마나 되겠는가. 수능 시험 일정에 맞춰 교과 진도를 다 마치고 반복 학습까지 하는 강남 지역 우수학교와 달리 하위권 저소득층 지역 고교에선 제대로 진도조차 맞추지 못하는 사례가 확인됐을 정도다.

최근 연이어 터져 나온 이런 사례들만 들어도 정말 이 화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를 정도지만 교육 당국은 느긋하고 차분하기 이를 데 없다. 몇 년씩 아이가 학교에 나오지 않아도 몇 번 집으로 찾아갔다가 못 만나면 그것으로 할 일을 다 했다고 하고, 실종 신고 권한이 없었던 게 문제이니 매뉴얼을 만들겠다는 게 이 정부의 대책이다. 학교에 나오지 않는 아이가 집에서도 보이지 않았는데 권한이 없어 확인을 못 했다는 식의 책임 회피론이 계속된다면 과연 누가 이 나라 학교 교육이 잘 돌아가는 중이라고 믿겠나 싶다.

교사의 자격 요건이나 시설 기준 등 많은 차이가 있다지만 학부모 처지에선 유치원이든 어린이집이든, 요즘 같으면 마음 놓고 맡길 수만 있으면 좋아할 법하다. 하지만 지원 여부가 매년 논란을 빚는 통에 학부모는 큰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어린이집 과정이 ‘보육’과 ‘교육’ 중 어떤 개념이 반영된 정책이냐를 놓고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물밑 신경전을 펼치는 중이다. 학부모야 좋은 시설에 안심하고 맡길 수만 있다면 복지부와 교육부 중 누가 이 정책을 관장해도 아무 상관없다. 그러나 밥그릇 챙기기라도 하는지 복지부는 현 체제를 유지하길 바라고 교육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과정을 통합해 관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아이를 기르기 위한 방안인데 정말 밥그릇 때문에 국민 행복의 발목을 잡았다면 양 부처의 의사 결정권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오만 가지 방법으로 대학에 갈 수 있으니 한 가지 재능만 있으면 기회가 주어지고 대학에선 대학 나름의 자율권을 갖게 돼 현행 입시제도는 더할 나위 없이 우수하다는 게 교육부의 시각이다. 나는 수도 없이 많고 복잡한 이 입시 제도를 통한 대규모 부정 입학 사례가 아직 적발되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라고 생각한다. 다분히 주관적인 평가로 합격 여부가 갈리는 전형이 적지 않은 탓이다. 교육부에선 ‘다양성’을 내세우지만 서울 변두리나 지방 소도시 지역 일반고 학부모가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강남 학교나 유명 자사고 수준의 입시 정보를 준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내가 돈 많아 강남에 살았다면 우리 애가 더 좋은 대학에 갔을 텐데…’라는 자괴감에 사로잡힌 학부모가 많겠나.

이동영 정책사회부 차장 argus@donga.com
#누리과정#고등학교#교육#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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