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국민은 사법시험 존치를 원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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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원기 대한법학교수회 회장·인천대 법대 교수
백원기 대한법학교수회 회장·인천대 법대 교수
2016년 제58회를 맞는 사법시험은 반세기 넘게 대한민국의 가장 공정하고 권위 있는 시험으로, 차별 없는 인재의 등용문이다. 국민들은 ‘시험에서 교육으로’라는 취지로 도입된 로스쿨 제도가 안착되어 ‘양질의 법조인’이 양성되기를 기대해 왔다. 그러나 지난 7년간 그 많은 부정적이고 파행적인 모습을 보면서 시간이 지나면 개선될 것이라는 환상을 버렸다. 국제 경쟁력 있는 법조인의 양성을 바라는데 기존 4년 법과대학과 유사한 커리큘럼과 3년 교육의 로스쿨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사시가 존치되어 로스쿨과 2원적 체제를 유지함으로써 그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법치주의 확립과 사회적 통합에 필수적이라고 본다.

먼저, 사시는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의 법조 직역(職域) 접근을 보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행 대학원식 로스쿨은 고비용 구조이다. 미국과는 달리 영미법의 모국인 영국은 이를 도입하지 않았다. 독일과 일본은 이를 도입해 실패했으나, 대륙법의 모국인 프랑스는 공직 사법관과 민간직 변호사를 따로 뽑는 2제도를 병행하고 있다.

두 번째로, 사시는 50년 넘게 단 한 번도 그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적이 없다. 사시는 공정성의 표본이며 법학 발전과 법치사회의 기반이다. 로스쿨은 학부 법학교육의 완전한 부정 위에 서 있다.

지난해 12월 3일 법무부는 2021년까지 4년간 사시 폐지를 유예하고, 그 대안을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그 대안으로 ‘사시 유사시험의 실시’, ‘로스쿨 제도의 전반적 개선’, 또 ‘사시 존치 시 자비 연수기관 설립’을 제시했다. 이러한 결정은 앞으로도 불필요하게 국력을 낭비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다만 국민의 85.4%가 사시 존치를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4년간 다시 ‘법조인 양성 제도’를 숙고해 확정하려는 점은 긍정적인 방향이라 하겠다.

로스쿨협의회는 법무부가 ‘로스쿨 제도의 전반적 개혁’을 언급한 만큼 그 청사진을 진솔하게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사시와 로스쿨 제도가 앞으로 4년간 병존하면 큰 문제가 야기될 것이라 주장한다면 국민들은 오히려 로스쿨의 폐지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국회는 지금의 여론을 반영해 법사위가 심의 중인 관련 법률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조속히 절차를 밟아야 한다. 국민들은 최근 로스쿨 재학생의 자퇴와 로스쿨 교수들의 변호사시험 출제 거부 사태를 목도하면서 분노하고 있다. 이제 사시 존치 문제는 단지 법조인 양성 제도의 문제 수준을 벗어나 ‘한국의 장래’ 문제가 됐다. 법률소비자인 국민들에게 두 제도의 경쟁을 통해 직접 ‘양질의 법조인’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백원기 대한법학교수회 회장·인천대 법대 교수
#사법시험#사시#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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