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끈 허원근 일병 사망사건, 끝내 미스터리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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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전두환정권시절 軍의문사
대법 “자살? 타살? 사인 알수없어”… 軍부실조사 책임 3억 배상 확정

30년 넘게 의문사로 남아 있던 ‘허원근 일병 사망 사건’에 대해 대법원도 타살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부실 수사로 허 일병의 사망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군 수사기관의 책임을 물어 유족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0일 허원근 일병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수사기관의 부실조사로 31년간 고통을 받은 유족들에게 위자료 3억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허 일병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인지, 타살인지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재판부는 “타살이라고 볼 만한 증거와 타살을 의심하게 하는 정황만으로는 타살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허 일병이 스스로 소총 3발을 발사해 자살했다고 단정하고 타살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수집할 수 있는 현장의 단서에 대한 군 수사기관의 조사와 부검 등이 철저하고 면밀하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허 일병이 다른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사망했다는 증명 책임은 유족에게 있다”며 허 일병의 사망으로 인한 손해배상 부분을 기각한 원심 판단은 결론에 있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헌병대가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면 실체적 진실을 파악할 수 있었음에도 직무상 의무를 위반해 현재까지 사망 원인을 결론 내릴 수 없게 했다”며 “부실조사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허 일병 사망 사건은 1980년대 대표적 군 의문사 사건으로 30년 넘게 자살인지, 타살인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 강원 화천군 육군 7사단에서 복무하던 허 일병은 1984년 4월 2일 폐유류고 뒤에서 가슴에 2발, 머리에 1발의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군 수사기관은 허 일병이 자살한 것으로 결론 냈지만 의문사위는 타살이라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도 타살이라고 판단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고 자살로 판단했다. 허 일병의 유족은 선고 직후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이 잘못된 판결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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