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헛구호’만 난무하는 울산 인구 늘리기 정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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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계획인구 150만명 발표… 도심 인근의 전원주택지 건설 등
은퇴한 베이비부머 지원책 빠져

울산시의 인구 늘리기 정책이 겉돌고 있다.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빠진 ‘구호뿐인 정책’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울산시는 최근 열린 ‘2030년 울산도시기본계획(안)’ 공청회에서 2030년의 계획인구를 150만 명으로 발표했다. 현재의 인구(119만 명)보다 31만 명(26%) 늘리겠다는 것이다. 김기현 시장은 취임 직후 열린 시민과의 대화에서 “울산의 자족(自足) 능력을 갖추기 위해 인구를 200만 명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치단체마다 인구 늘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어 계획인구를 늘리고 거기에 맞춰 도시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하지만 울산시가 그동안 펼친 정책과 향후 계획을 보면 인구 늘리기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품는 시민들이 많다.

인구 증가는 출생자와 사망자 수의 차이인 자연적 인구증가분과 전입자와 전출자 수의 차이인 사회적 인구증가분을 합한 지표다.

울산시는 2030년 도시기본계획에서 인구 증가 목표 31만 명 가운데 자연적 증가를 10만 명, 사회적 증가를 21만 명으로 잡았다. 출생률은 높지 않지만 수명 연장에 따른 고령인구가 급증하고 있기에 자연적 증가는 달성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사회적 인구 증가다. 울산의 대학교와 연구기관들은 10여 년 전부터 울산시가 베이비부머(1958∼1963년생)의 은퇴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울산의 베이비부머는 전체 인구의 14.8%인 17만1771명으로 부산(16.4%)에 이어 전국 두 번째로 많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SK 등 울산 대기업의 베이비부머는 대부분 30∼40년 전 직장을 찾아 전국에서 ‘공업도시 울산’으로 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울산에서 결혼해 자식을 낳아 교육을 시켰다. 울산시가 지난해 3월 조사한 결과 베이비부머의 자녀인 이른바 에코 세대(1979∼1992년생)는 19.9%인 22만9982명으로 전국 평균보다 0.5%포인트 높다.

울산이 본인에게는 제2의 고향이지만 자식들에게는 고향인 셈이다. 따라서 베이비부머들은 은퇴 이후 지인들이 많은 울산을 굳이 떠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들에게 울산에 정착해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울산시 등 자치단체가 해야 할 인구 늘리기 정책의 기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들을 울산에 붙잡아두기 위한 지원은 거의 없었다. 오랜 아파트 생활에서 벗어나 울산 도심과 가까운 곳에 전원주택을 지어 여생을 보내려 해도 인허가 절차가 너무 복잡해 포기하고 인근 경북 경주와 경남 밀양과 양산 등지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 이 여파로 울산 인근 도시의 전원주택지 가격이 해마다 가파르게 오르는 실정이다.

울산의 은퇴한 베이비부머를 위해 도시가스와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대규모 전원주택지를 울산시가 나서 조성해 이들에게 분양하자는 구체적인 제안이 숱하게 있었지만 울산시와 구·군은 외면하고 있다. 셋째 아이를 낳은 가정에 대한 지원금을 지난해부터 100만 원으로 두 배 올린 게 고작이다. 베이비부머 일자리 창출을 위한 ‘내일설계센터’는 아직 설치되지 않고 있다.

울산의 한 대학교수는 “울산의 베이비부머는 대부분 대기업 은퇴자들로 경제력과 소비력을 두루 갖춘 ‘뉴 시니어’다”라며 “이들이 울산에 계속 거주한다면 울산의 여가와 문화, 상권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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