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31.7% 학자금 못갚아… 사회 첫발부터 빚의 굴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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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 빚에 짓눌린 청년들]

《 대학원생 정모 씨(27)는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기도 전에 빚에 허덕이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을 통해 빌린 학자금 대출 900만 원, 그리고 생활비가 부족해 저축은행에서 빌린 돈 1000만 원을 합쳐 총 1900만 원이다. 금리가 30%대였던 저축은행 대출은 다행히 금리가 낮은 신용회복위원회의 전환대출로 갈아탔다. 하지만 언제 공부를 끝내고 취업에 성공해 빚을 갚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

대학등록금 부담을 견디지 못해 학자금 대출을 받은 청년들이 취업난으로 부채 상환의 길이 막히면서 빚더미에 짓눌리고 있다. 취업난으로 ‘대출→대학 졸업→취업→대출금 상환’이라는 선순환 고리가 끊기면서 청년층의 정상적인 사회생활 진입과 결혼, 출산 등이 지연되는 부작용마저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학자금 빚이 자꾸 쌓이면 금융시스템이나 국가 재정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급증하는 학자금 대출액과 연체자

과거에는 은행 등 금융회사가 학자금을 대출해주고 정부가 상환을 보증해주던 정부보증부 학자금 대출이 시행되다가 2009년 한국장학재단이 설립되면서 학자금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 대출은 일반상환학자금 대출과 든든학자금 대출 두 가지다. 일반상환학자금 대출은 거치기간과 상환기간을 10년씩 설정해 최장 20년에 걸쳐 빚을 갚을 수 있다. 든든학자금 대출은 대학을 졸업한 후 취업해 연간소득이 전년 4인 가구 최저생계비 이상일 때 상환을 시작하면 되는 파격적인 대출이다. 현재 금리는 연 2.7%이며 일부 대출이 제한되는 대학의 학생을 제외한 모든 대학생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학자금 대출 잔액은 2010년 든든학자금 대출이 도입되면서 급증해 6월 말 현재 12조3149억 원에 이른다. 문제는 빠른 증가세만큼이나 연체자가 급증하는 등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배경에는 최근의 청년취업난이 자리 잡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15∼29세 실업률은 10.2%로 6월 기준으로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11.3%)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았다.

가까스로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연봉이 낮아 대출 상환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대출자가 많다. 3년 차 직장인 김모 씨(28)는 학자금 대출을 처음 받은 지 8년 만인 올해 5월 1900만 원의 빚을 다 갚았다. 원금 상환액은 월 20만 원가량으로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매달 갚아야 할 돈이 있다는 것은 적잖은 부담이었다. 김 씨는 “그동안 빚 갚느라 모아둔 돈이 거의 없다”며 “언제 돈을 또 모아 결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실제로 국세청과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취업 시 소득이 발생했을 때 빚을 갚는 든든학자금 대출 이용 근로소득자 10명 중 7명이 지난해 취업을 하고도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있었다. 든든학자금 대출은 소득이 4인 가족 기준 최저생계비를 넘을 때부터 원리금을 상환받도록 돼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 부진과, 조기 퇴직의 확산 등으로 부모가 자녀 학비를 부담할 여력이 없어지면서 학자금 대출 규모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여기에 청년 취업난이 겹쳐 대출이 급격히 부실화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제도 보완으로 대출 부실 확산 막아야”

빚지는 것을 가볍게 생각하는 일부 청년들의 ‘채무 불감증’ 역시 대출 부실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학자금 대출로 1500만 원을 빌렸던 김모 씨(31)는 2013년에 약 1년 동안 대출을 연체했다. 별다른 독촉이 없었던 데다 정부 대출이라고 가볍게 생각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는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한국장학재단 측의 경고를 받고서야 부랴부랴 주변에 손을 벌려 돈을 갚았다.

정부 부처의 관리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산하기관인 한국장학재단에 학자금 대출업무를 맡겨 놓고 있고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는 학자금 대출에 대해서는 교육부의 소관 업무라며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자금 대출의 부실을 막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상경 한양대 교수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는 장기 대출을, 경제적 여유가 있는 학생에게는 단기 대출상품을 권유하는 식으로 대출 학생들에 대한 맞춤형 관리를 통해 상환율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는 “학자금 대출이 ‘갚아야 할 돈’이라는 학생들의 인식이 낮다”며 “학생들에 대한 금융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2010년 도입된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 제도는 대학 재학기간이 4년임을 감안하면 아직 회수 초기 단계라 볼 수 있어 계속 제도를 보완할 예정”이라며 “장기 미상환자에 대해서는 국세청이 재산조사를 실시한 뒤 회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유재동·김희균 기자

노덕호 인턴기자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세무회계학과 졸업
#졸업생#학자금#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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