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없으면 쉬는 시간” 월급 삭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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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인턴 울리는 ‘열정페이’

호텔리어가 꿈인 대학생 A 씨는 여름방학을 맞아 한 유명 호텔에 현장 실습생으로 들어갔다. 현장 경험도 쌓고, 용돈도 벌어볼 심산이었지만 호텔경영 등의 업무는 접할 수 없었다. 그 대신 각종 행사 뒷정리 등 잡일만 주어졌다. 월급은 30만 원. 선배들은 “배도 고파봐야 진정한 호텔리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A 씨는 이 호텔이 성수기에 부족한 인력을 현장 실습생으로 채우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나서야 일을 그만뒀다.

유명 패션업체인 B사는 결원이 생길 때마다 정규직 전환형 인턴을 뽑는다. 일자리를 찾는 취업준비생이 많기 때문에 채용도 쉽다. 하지만 인턴이라는 이유로 월급은 50만 원만 준다. 사실상 ‘수습사원’을 뽑아놓고서도 최저임금보다 훨씬 적은 임금을 준 것이다.

이처럼 정식 직원과 동일한 업무를 시키고 인턴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올해 기준 시급 5580원, 월급 116만6220원)보다 훨씬 적은 임금을 주는 것은 ‘열정 페이’(무급 또는 최저시급보다 적은 월급을 주면서 청년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행태를 비꼬는 말)의 전형적 사례.

인턴은 1차 목적이 교육과 실습이지만 사용자의 지휘를 받아 업무에 참여하는 등 근로자로서의 성격도 있다. 물론 인턴에게 교육과 실습 기회를 제공하면서 적합한 일만 시키는 사업장도 많다. 그러나 정식 직원이 해야 할 일을 인턴에게 맡기고, 연장·야간 근로까지 시키는 등 사실상 근로자로 활용하는 업체가 상당수인 것으로 고용노동부 감독 결과 드러났다.

유명 체인 미용실인 C사 인턴 역시 근로자라는 것이 고용부의 해석이다. 공식적인 실습이나 교육 과정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저임금은 제대로 지급했지만 손님이 드문 매일 1시간을 ‘휴게 시간’으로 인정해 월급을 깎은 사실이 적발됐다. 유명 화장품 업체인 D사 역시 인턴을 사실상 근로자로 쓰면서도 주휴수당(1인당 17만8000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고용부는 인턴이 사용자에게 사실상의 노무를 제공했을 경우에는 근로자로 인정해 노동법 위반이 적발되는 즉시 시정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문제는 인턴의 법적 지위나 활용 기준과 관련된 법령이나 지침이 없어 인턴은 그냥 마구 써도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 프랑스, 일본처럼 인턴 활용 가이드라인을 정부가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랑스는 아예 법규로 인턴십 기간과 근로계약 방법 등을 명시해놨고, 미국은 무급 인턴 사용 기준까지 세세히 규정해 청년층의 피해를 막고 있다. 정지원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인턴의 개념, 법적 지위, 근로자와의 구별 기준 등을 담은 지침을 하반기에 내놓겠다”며 “인턴을 악용하는 기업은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처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권재희 인턴기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인턴#열정페이#월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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