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양, 고문계약 숨기려 자기집 주소에 페이퍼컴퍼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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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헬기 도입비리 수사
‘와일드 캣’ 제작사와 2014년 계약 당시 법인 명의로 ‘자문료 39억’ 서명
‘고위층 상대 로비’ 내용도 담겨

해상작전헬기 ‘와일드 캣(AW-159)’ 도입 비리로 구속 기소된 김양 전 국가보훈처장(62·사진)이 헬기 제작사인 아구스타웨스트랜드(AW)와 지난해 10월 맺은 ‘2차 고문계약’을 숨기기 위해 자신의 주소지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뒤 법인 명의로 계약서에 서명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AW는 지난해 10월 해상작전헬기 12대를 구입하는 2차 사업 과정에서 ‘김 전 처장은 와일드캣이 도입 기종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방위사업 관련 기관 고위층에 로비를 해주고, AW는 김 전 처장에게 총 39억3000만 원(성공보수 포함)을 건넨다’는 취지의 자문계약을 김 전 처장과 맺었다.

합수단은 인도 정부에 귀빈용 호화 헬기 납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뇌물 사건 등으로 홍역을 치른 AW가 김 전 처장과의 고문계약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계약 상대방을 법인 명의로 해달라고 요구한 단서를 확보했다. 이에 김 전 처장은 자신의 주소지에 항공우주산업 컨설팅 업체 C사를 설립한 후 법인 명의로 2차 고문계약을 맺은 것으로 조사됐다. 합수단은 C사가 계약 사실을 숨기기 위해 설립된 페이퍼컴퍼니 성격이 짙다는 결론을 냈다. 이에 앞서 인도 정부는 지난해 1월 AW가 인도 관리들에게 계약액의 10% 정도인 5000만 유로(약 624억 원)의 뒷돈을 건넸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계약을 취소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AW는 김 전 처장에게 고위층 상대 로비가 고문계약의 목적임을 분명히 했다. AW는 기종 선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사결정권자(decision maker)’를 상대로 경쟁 기종인 시코르스키의 시호크(MH-60R)의 단점을 부각해 달라는 요구도 했다. 김 전 처장은 “방위사업 관련 기관의 고위직을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를 진행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이는 지난달 AW가 내놓은 “김 전 처장의 활동은 마케팅 등 자문 역할에 한정됐으며 한국 법률을 완전히 준수했다”는 공식 입장과 배치된다.

변종국 bjk@donga.com·장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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