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강남의사, 中미용실 ‘출장 성형수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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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도주한 중국인 브로커와 유착… 환자 알선받아 현지서 불법 수술
5월부터 40여명… 수입 절반씩 나눠… 中공안 “한국경찰에 공조수사 요청”

서울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 원장이 불법 의료 브로커 왕모 씨가 중국 상하이에 차린 미용실에서 성형수술을 원하는 중국인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왕모 씨 SNS 화면 캡처
서울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 원장이 불법 의료 브로커 왕모 씨가 중국 상하이에 차린 미용실에서 성형수술을 원하는 중국인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왕모 씨 SNS 화면 캡처
서울 강남 유명 성형외과 의사들이 중국에서 불법 원정 수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불법 브로커가 차린 중국 상하이의 미용실에서다. 중국인 불법 의료브로커와 강남 유명 성형외과의 빗나간 유착관계가 본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불법 브로커 왕모 씨(26·여·중국)는 지난달 28일 중국 위생국에서 사용허가가 나지 않은 한국 전문의약품을 중국인에게 판매한 혐의와 미용실 허가증을 병원 허가증으로 위조해 자신의 미용실에서 의료행위를 한 혐의로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중국 위생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한눈에 봐도 조악한 수준의 수기(手記)로 만든 병원 허가증을 걸어 놓고 버젓이 의료행위를 한 것이다. 왕 씨는 불법 처방전을 발급받아 다이어트 약 등을 구매해 재판매한 혐의로 한국 경찰의 수사를 받다 중국으로 도주한 상태였다(본보 5월 28일자 단독 보도).

경찰 등에 따르면 다이어트 약을 판매할 수 없게 된 왕 씨는 상하이에 차린 미용실에 성형 수술이 가능하도록 수술실을 차리고 환자를 모았다. 5월 8일 자신의 미용실 개업식에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 A 대표원장을 초대해 “A 원장이 직접 수술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수술하는 장면을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에 올려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온라인 결제가 가능한 중국의 ‘알리페이’를 통해 예약금을 걸어야만 수술이 가능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A 원장은 병원의 또 다른 B 원장 등과 함께 5월부터 지난달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주말에 미용실로 원정 수술을 가 얼굴 윤곽 수술 등을 했다. 갈 때마다 10여 명을 수술해 총 40여 명에게 시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병원 허가를 받지 않은 미용실에서 수술을 했다는 것. 외국인 환자 유치업체 관계자는 “A 원장과 함께 일했던 관계자가 ‘A 원장이 병원허가가 나지 않은 미용실에서의 수술이 불법임을 알고도 수술했다’며 ‘왕 씨와 A 원장이 수입을 반씩 나눴고 수술비는 현금으로만 받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왕 씨가 꿈꿨던 사업의 시작과 끝에는 A 원장이 있었다. 왕 씨는 중국인 환자를 유치해 주면서 쌓은 영향력을 바탕으로 A 원장과 동업자 이상의 친분관계를 쌓았다. 처음에는 단순히 환자를 유치해주고 거액의 수수료를 챙겼다. 미등록 불법 브로커 단속이 강화되자 성형외과에서 자신의 중국인 직원 명의로 처방전을 대량 발급받아 중국에서 인기 있는 한국 전문의약품 판매에 나섰다. 불법으로 확보한 전문의약품은 위챗으로 주문받아 국제우편(EMS)을 통해 중국인에게 재판매했다. 성형외과 측은 별다른 확인 없이 처방전을 내줬다.

A 원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왕 씨를 알지도 못하고 왕 씨의 미용실에서 수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 공안 측은 왕 씨를 불구속 입건해 수사하는 한편 강남 모 성형외과를 수사하기 위해 한국 경찰에 공조 수사 협조를 요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의료면허를 소지한 의사라도 외국에 나가 병원이 아닌 미용실에서 수술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중국 측에서 공조 수사 요청이 들어오면 해당 수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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