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원-보건소, 감기 어린이 ‘퇴짜 핑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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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어디까지]
진료 현장에선

열이 나는 단순 감기 환자들이 메르스로 의심받아 진료를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동네 병원뿐만 아니라 보건소에서도 환자를 받지 않아 환자들은 여러 곳을 전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김모 씨(24)는 15일 미열이 있어 동네 내과에 갔다가 진료를 거부당했다. 병원에서 “열 증상이 있는 환자는 진료를 할 수 없으니 보건소로 가라”고 했던 것이다. 김 씨는 다음 날 양천구 보건소에 갔지만 또 발길을 돌렸다. 거주 지역인 강서구 보건소로 가라고 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결국 강서구 보건소에 가서야 약을 처방받았다.

서울지역 개원의 A 씨는 “메르스 의심환자가 오면 솔직히 겁이 난다”며 “혹시 모를 격리 조치를 당하지 않기 위해 일부 병원에서 고열 환자를 아예 받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서구의 한 내과에서는 “발열 증상이 있는 환자는 진료를 하지 않는다”며 인근 국민안심병원으로 갈 것을 권했다.

진료 병원을 찾지 못하다 보건소에 들러도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 주부 우모 씨(41)는 16일 39도까지 열이 오른 딸(12)을 보건소로 데려갔다. 전날 구청 메르스 종합상황실에 문의했을 때 “동네 병원은 안 받아줄 것이니 보건소로 가라”고 안내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보건소에서는 “15세 미만 어린이는 보건소에서 진료가 안 되니 근처 소아과로 가라”고 했다. 본보 취재 결과 서울 지역 25개 보건소마다 열이 있는 어린이의 진료 기준이 달라 혼선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가 가능하다고 응답한 곳은 강남, 강서, 관악, 광진, 구로, 동대문, 서초, 성동, 성북, 영등포, 은평, 종로, 마포, 서대문, 중구 등 15개 보건소였다. 반면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응답한 곳은 강북, 강동, 도봉, 송파, 노원, 용산, 금천, 중랑, 양천, 동작구 등 10곳이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어린이가 보건소에서 진료를 못 받는다는 규정은 따로 없다”며 “자치구 실정에 맞게 보건소를 운영하므로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진료 과목을 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은서 clue@donga.com·김민 기자
#동네의원#보건소#퇴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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