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땐 민심 악화” vs “정상회담 다시 잡기 어려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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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2차 확산/靑-정치권 움직임]
朴대통령 ‘14일 방미’ 싸고 논란

朴대통령 “하루 25시간 체제로 뛰어달라” 박근혜 대통령(오른쪽)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 설치된 ‘범정부 메르스 대책지원본부’ 상황실을 방문해 메르스 방역대응 및 방역지원 상황에 대해 보고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朴대통령 “하루 25시간 체제로 뛰어달라” 박근혜 대통령(오른쪽)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 설치된 ‘범정부 메르스 대책지원본부’ 상황실을 방문해 메르스 방역대응 및 방역지원 상황에 대해 보고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또다시 ‘순방 징크스’와 맞닥뜨렸다. 4월 남미 순방에 앞서 ‘성완종 게이트’에 연루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사퇴 문제로 발목이 잡혔다면 이번에는 초유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14∼19일 미국 방문이 여의치 않은 상황을 맞은 것이다.

당장 8일 정치권에서부터 ‘방미 연기론’이 고개를 들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의원은 이날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이번 주 확산이 멈추지 않는다면 방미 연기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도 한 라디오 방송에서 “최고지도자가 지금 이 국면에 외국 방문에 나서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질병 퇴치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잘못된 시그널(신호)을 국제적으로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왔다. 하태경 의원은 초·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 회의 뒤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이 국내에서 메르스 퇴치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에서도 방미 연기가 ‘외교상 결례’는 아니라는 주장이 나온다. 국내 사정에 따라 외교 일정을 조정한 사례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2013년 10월 미 연방정부 잠정 폐쇄(셧다운) 사태를 맞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포함한 아시아 순방 일정을 취소했다.

하지만 외교부를 중심으로 정부 내에선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외교당국 인사는 “이번에 연기하면 당분간 다시 한미 정상회담 날짜를 잡기 어렵다”며 “자칫 국내외에 한국의 메르스 사태가 엄청나게 심각하다는 부정적 인식만 심어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10, 11일경까지 메르스 사태의 추이를 지켜본 뒤 방미 일정을 최종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 사태가 진정 국면을 맞지 않더라도 아예 방미를 취소하기보다는 휴스턴 일정 등 일부만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당장은 아니지만 메르스가 더 확산된다면 방미 일정을 조정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확산이냐 진정이냐가 결정될 이번 주 수, 목요일을 지나봐야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5월 중동 순방 일정을 취소하고 아랍에미리트(UAE)만 1박 3일 일정으로 다녀온 적이 있다.

메르스 사태의 추이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다시 신뢰를 얻는 게 방미의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박 대통령이 새벽부터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과 관련 수석비서관들에게 실시간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리고 있다”며 “박 대통령은 이 비서실장에게 ‘메르스 사태가 종료될 때까지 하루 24시간이 아닌 25시간 체제로 뛰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조숭호 기자
#메르스#방미#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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