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성공’ 싱가포르, 감독기구 인원만 130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합법화 5년전부터 법 만들고… 도박예방위원회도 만들어 대비
日, 반대여론 거세 합법화 불투명… 대만선 주민투표 통과해야 설치

싱가포르는 2010년 내국인 출입이 허용된 카지노가 있는 복합리조트 두 곳을 연 뒤 그해 관광객이 60% 가까이 증가했다. 카지노 산업의 대표적인 성공 국가로 불린다. 이 때문에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필리핀, 베트남 등 아시아권 국가들이 앞다퉈 카지노 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카지노 산업은 양날의 칼이어서 어느 나라에서든 ‘뜨거운 감자’다. 싱가포르도 고 리콴유 전 총리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진 카지노는 안 된다”라고 완강히 반대하다 2005년에야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도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후 5년여에 걸쳐 철저히 준비를 했다. 2006년 ‘카지노 컨트롤법’을 만들고, 도박예방위원회도 만들었다. 카지노 감독기구 인원만 130여 명에 이른다. 담당 공무원이 2명에 불과한 한국과 큰 차이가 있다. 싱가포르는 내국인에 대해선 1회 100달러, 연간 2000달러의 베팅 액수 제한 규정을 두고, 저소득층 입장 제한 규정도 마련했다.

하지만 이런 철저한 사전 준비와 엄격한 관리 감독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이 적지 않다. 단순히 외국인 관광객 증가라는 표면적인 성공만 보면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류광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에선 돈을 따기 위해 카지노를 가지만, 외국에선 즐기기 위해서 간다는 사람이 많다”며 “사행산업에 대한 인식 변화 없이 내국인 카지노를 확장할 경우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랫동안 카지노 사각지대였던 일본도 최근 카지노 합법화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를 3곳가량 허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도박 중독자 양산과 범죄 조직의 자금줄 전락 등을 우려하는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아 합법화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일본 공산당 정치·외교위원인 고마쓰 기미오와 아카하타 신문 사회부 기자인 다케코시 마사히로는 공동 저서 ‘카지노믹스의 허구’를 통해 카지노 합법화를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빠찡꼬 업소가 1만1000개나 있고 경마, 경정, 경륜, 오토레이스, 복권 등이 활성화돼 있는데 카지노까지 도입하면 사회적 폐해가 더욱 심각해진다”며 “일본은 성인 남성의 10명 중 1명가량(8.8%)이 도박 중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만도 20여 년에 걸친 공론화 끝에 2009년 카지노가 합법화됐지만 주민투표를 통해 찬성 여부를 결정하도록 단서를 달았다. 이에 따라 마쭈 섬은 2012년 통과됐지만 펑후 섬은 2009년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이영주 강원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의 사례에서 볼 때 카지노의 역기능은 불가피하다”며 “복합리조트라고 해서 반드시 카지노가 전제조건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카지노#싱가포르#성공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