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시-정부-국회, 노후 하수관로 합동점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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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철근-떨어져나간 콘크리트…
방치땐 틈새로 흙 쏟아져 동공 생겨 도로 함몰로 이어질 가능성 커
서울 하수관로 절반이 30년 넘어… 朴시장 지원 요청에 尹환경 “협조”

철제사다리를 타고 지표면에서 약 2.5m 아래 하수관에 내려섰다. “첨벙” 하는 소리가 났다. 거무스름한 오수가 발목까지 차올랐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부유물들이 물 위를 떠다녔다. 평상복 위에 얇은 작업복을 입고 다시 고무로 된 멜빵바지와 장화까지 착용했지만 찝찝한 기분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나마 마스크를 써서 역겨움은 덜했다.

임시 조명에 의지해 10m가량 물살을 거슬러 이동했다. 천장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간 자리에 50cm가량의 녹슨 철근이 흉측한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수 공사를 하지 않으면 이 틈으로 토사가 쏟아져 동공이 발생하고 결국 도로 함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7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주민센터 앞 지하를 지나는 하수박스(사각형 모양의 대형 하수관)에서 국회와 정부, 서울시가 처음 합동으로 마련한 노후 하수관로 현장점검이 열렸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참석했다. 국회에서는 김영주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등 의원 7명이 참석했다. 올 들어 연이어 발생한 도로 함몰의 가장 큰 원인이 노후 하수관 파손에 따른 토사 유출로 나타나면서 직접 현장 실태를 확인하기 위한 자리였다.

하수관은 크게 원형 하수관과 하수박스로 나뉜다. 도로 함몰 가능성이 큰 노후 하수관은 주로 설치한 지 50년이 넘은 원형 하수관이다. 이런 하수관은 폭이 좁은 탓에 사람이 걸어서 들어갈 수 없다. 이날 정부와 국회 관계자들이 찾은 하수박스는 1983년 설치된 것이다. 높이와 너비는 각각 1.8m가량으로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있다. 설치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원형 하수관에 비해 상태가 양호하다. 그러나 곳곳에 떨어져 나간 콘크리트와 삐져나온 철근은 언제든지 도로 함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처럼 보였다.

이보다 앞선 1960, 70년대 집중적으로 설치된 하수관의 노후 문제는 상대적으로 훨씬 심각하다. 서울의 전체 하수관로 1만392km 가운데 30년 이상 된 하수관로는 약 5000km로 48%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2018년까지 4년 동안 동공 발생 지역 및 충적층에 매립된 50년 이상 된 하수관로 932km를 우선 교체할 계획이다. 필요 예산 1조 원 중 서울시가 6000억 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4000억 원은 국비로 조달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올해 첫해 사업에 1000억 원의 국비 지원을 요청했지만 불과 100억 원만 받았다.

박 시장은 “서울시의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안전에 관한 문제인 만큼 내년에는 국비 지원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서울시와) 긴밀하게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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