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재활용 ‘골든 스탠더드’ 족쇄 풀려… 원전 수출도 탄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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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원자력협정 타결]
원자력협정 어떻게 달라졌나

“그동안 지적돼 왔던 한미 원자력협정의 불평등한 부분을 모두 해소했고 당면 과제도 해결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22일 가서명한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한국 측 협상 대표인 박노벽 대사도 “사용후핵연료 관리, 원전연료 안정적 공급, 원전 수출이라는 3대 분야를 중심으로 한미가 선진적, 호혜적인 합의를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원자력협정은 어느 나라 사례에서도 볼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한(unique)’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 민간용 우라늄 농축 최대치까지 허용

이번 협정 개정으로 한국은 우라늄 농축을 20%까지 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양국은 미국산 우라늄을 20% 미만으로 저농축하려면 ‘고위급 위원회를 열어 절차와 기준을 합의할 수 있다’고 합의했다. 기존 협정에는 농축 부분이 아예 없었다. 농축 비율 20%는 민간용으로 우라늄을 사용할 때 필요한 최대치다. 이를 넘어서면 군사용(핵폭탄) 의도로 의심받는다. 정부는 “기술적 타당성, 경제성, 핵 비확산 등 여건이 성숙되면 저농축에 합의할 수 있는 추진경로(pathway)를 마련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미국이 한국에 원전연료를 5GW(기가와트) 규모의 원전에 필요한 분량만 제공한다는 제한을 없앴으며 핵연료 시장의 수급에 불균형이 발생하면 비상 공급에 나선다고 약속했다.

○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첫 단계 열어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초보적이지만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길도 확보했다. 이번 협정에서 한국은 미국산 사용후핵연료를 △조사 후 시험(Post-Irradiation Examination) △전해환원(Electro-reduction)할 수 있는 장기(長期) 동의를 확보했다. 특히 파이로프로세싱(건식재처리)의 초기 단계인 전해환원은 그동안 한국에 허용되지 않아 미국에서만 이뤄져 왔다. 또 원전 수출을 위해 미국산 핵물질, 원자력 장비·부품을 제3국에 이전할 때에도 미국의 건별 동의가 필요 없도록 포괄적 장기 동의를 받았다. 그만큼 원전 수출이 수월해진다.

○ 핵심 쟁점 조율할 고위급 위원회 구성


이번 협정을 통해 한미는 상설 고위급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한국 외교부 차관과 미국 에너지부 부장관이 수석대표인 고위급 위원회는 원자력협력에 관한 전략적 협의를 매년 한다. 한미가 2020년까지 공동 연구하고 있는 파이로프로세싱의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하는 주체도 이 위원회다. 이 위원회 산하에는 △사용후핵연료 관리 △원전연료 안정적 공급 △원전 수출 △핵안보를 다루는 4개의 실무그룹이 설치돼 상시 협의에 나선다.

이병철 평화협력원 비확산센터 소장은 “한미가 고위급 협의체를 통해 상시 의사소통할 수 있고 급속한 기술 발달을 반영할 수 있도록 협정 유효기간을 20년으로 단축한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 대통령 방미에 타결 맞췄나

이날 협정 타결로 한미는 지난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합의한 데 이어 또 다른 현안이었던 원자력협력 문제도 해결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홀가분하게 6월 미국을 방문하게 됐다. 박 대통령은 2013년 첫 방미에서 한미 정상회담과 미국 의회 연설을 활용해 원자력협정의 조속한 타결을 촉구했다. 이번 협정의 본서명은 박 대통령의 6월 방미 기간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번 합의 결과가 종전 협정의 만료 시한을 2년이나 연장해 가면서 협상을 끌 만큼 소득이 있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 말 사실상의 합의가 다 끝났다면서도 4개월이 넘도록 ‘막판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양새를 보이기 위해 발표 시점을 조절한 게 아닌지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은 이례적으로 △핵확산방지조약(NPT) 당사국으로 ‘양도할 수 없는(inalienable)’ 권리가 있다 △양국 원자력협력에서 주권 침해가 없어야 한다는 표현을 미국에 요구해 협정문에 반영했다. “한국도 일본처럼 완전한 농축 및 재처리 권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 등 ‘핵 주권론자’들에게 정부가 핵 주권을 포기한 게 아니라고 반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조숭호 shcho@donga.com·정성택 기자
#골든 스탠더드#원전 수출#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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