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업, 해외 자원개발 융자금 받아 빼돌린 정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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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석유公-경남기업 압수수색

검찰이 18일 한국석유공사와 경남기업을 압수수색했다. 이명박(MB) 정부 시절 추진했던 각종 해외 자원개발 사업 관련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자원외교는 당시 정권의 핵심 사업이었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의 종착지를 예단하기 힘든 ‘메가톤급’ 태풍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는 이날 서울 동대문구 경남기업 본사와 울산에 있는 한국석유공사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했다. 경남기업 성완종 회장 등 핵심 관계자들은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 검찰, 성공불융자 유용 정황 포착

검찰은 경남기업이 ‘성공불융자’ 제도를 이용해 해외 자원개발을 목적으로 석유공사로부터 융자를 받은 뒤 이를 빼돌려 회사의 다른 사업비로 쓴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공불(成功拂)융자’란 리스크가 큰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민간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정부가 투자비용을 지원하고 성공할 때만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는 제도다.

민간기업은 성공하면 원금과 이자를 갚고, 실패하면 갚을 필요가 없어 손실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민간기업으로선 이 자금은 받아내기만 하면 ‘노다지’인 셈이어서 도덕적 해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성공불융자 자금은 국민들이 석유제품을 소비할 때 내는 석유수입부과금을 재원으로 한다. 사실상 국민혈세로 조성되는 셈이다.

검찰은 경남기업과 석유공사 컨소시엄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러시아 캄차카 석유 광구 탐사에 3000억 원가량을 투자한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이때 한국 컨소시엄은 사업 지분 45%를 매입했는데, 경남기업이 석유공사로부터 성공불융자금을 빌려 지분 10%를 투자했다. 이 사업은 성과를 내지 못했고 석유공사도 2010년 사업 철수 결정을 내렸다.

이를 포함해 각종 자원개발 사업 과정에서 경남기업이 석유공사에서 끌어온 성공불융자는 2006년 46억6157만 원, 2007년 173억4588만 원, 2008년 38억7057만 원, 2009년 2억7787만 원, 2010년 8억1230만 원으로 총 270억여 원이나 된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경남기업이 석유공사에서 빌린 돈 가운데 일부를 자원개발에 투자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쓴 흔적이 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 정치권 마당발, 성완종

‘암바토비 광산’ 특혜 의혹 등도 주요 수사 대상이다. 경남기업은 2008년 한국광물자원공사가 벌인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광산 사업에 참여했다. 그러나 경남기업이 자금 악화로 투자비를 내지 못하자 광물공사는 2008년경 171억여 원을 대납했고, 2010년에는 계약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경남기업의 사업 참여 지분을 인수해 주기도 했다.

광물공사는 지분을 고가에 매입하고 저가에 매각해 회사에 932억 원의 손실을 입혔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충청권을 기반으로 활동했던 성완종 회장은 원래 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가까운 인사로 분류됐다. 2012년 충남 서산-태안에서 제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될 때도 자유선진당 소속이었고 이후 당 원내대표까지 맡았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민간 자문위원을 한 적이 있다. 2012년 자유선진당(선진통일당)과 새누리당이 합당하면서 새누리당으로 당적이 바뀌었다. 여야를 넘나드는 폭넓은 인맥과 김신종 전 광물공사 사장이 성 회장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에 참여했다는 점 등을 들어 야당에선 두 사람 간 ‘뒷거래’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성 회장은 선거법 위반으로 지난해 의원직을 잃었다.

최우열 dnsp@donga.com·변종국 기자
#경남기업#압수수색#한국석유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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