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세월호 가족… ‘성금 골든타임’도 놓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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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생활비 지원 10월로 끝나고 실종자 가족은 보험금 신청도 못해
성금 사용기준-분배 등 놓고 진통… 1282억 집행되지 못한채 ‘낮잠’

세월호 참사를 겪은 경기 안산시 단원고 생존학생 A 군(17)은 사고 후 3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심한 탈모를 겪고 있다. 스트레스성 장염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설사에 시달리는 데다 사고 당시 다친 허리도 여전히 아프다. A 군은 정신건강의학과와 정형외과, 한의원, 피부과, 내과, 한방병원 등 일주일에 7개 병원에 다닌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일부 생존 학생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는 여전하다.

단원고 학생들의 심리치료를 맡은 윤호경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고 직후보다 오히려 스트레스 증상이 악화되거나 초기부터 현재까지 아무 차도가 없는 학생들이 있어 지속적인 관찰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실종된 단원고 2학년 허다윤 양(17) 가족은 지난달 11일 수중수색 종료 이후 여전히 안산과 전남 진도를 오가고 있다. 8개월 넘게 이어진 객지생활 탓에 허 양의 아버지 허흥환 씨(50)는 직장으로 돌아갈 생각을 포기했다. 휴직기간이 길어져 회사에 복귀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허 씨는 “모아둔 돈을 계속 까먹으며 생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월호에 탔던 단원고 학생 250명 가운데 개인 사정으로 보험금 신청을 미룬 가족 외에 225명의 가족은 수학여행 때 가입한 여행자 보험으로 보험금(1억 원)을 지급받았다. 그러나 허 양 등 단원고 실종자 4명의 가족은 법적으로 사망을 인정받지 못해 아예 신청도 못 했다. 정부가 참사 직후 피해 가족들에게 3개월간 매월 120만 원씩 지급하던 긴급생활비도 실종자 가족들에게는 3개월 연장해 지급했다는 이유로 10월에 끊겼다. 단원고 학생들과 달리 여행자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일반인 유가족들도 경제적으로 쪼들리고 있다.

세월호 수색작업에 참여했다가 잠수병을 얻은 22명의 민간 잠수사는 입원 치료 후 장기간 잠수작업을 하지 못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보상금을 받지 못할 처지에 놓여 있다. 23일 전남도에 따르면 “입원치료비를 지급했으므로 보상금은 어렵다”면서 이들이 올 9월 제출한 보상신청 종결을 검토 중이다.

이처럼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의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생존 학생들의 심리적 불안 상태가 지속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국민과 기업들이 낸 성금을 하루빨리 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행정자치부 등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이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모금회)를 중심으로 총 13개 단체가 모금한 성금은 약 1282억8100여만 원. 모금회는 유가족이 협의체를 만들어 성금 분배와 사용 기준을 제시하면 이에 따라 사용한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성금 처리 방향을 결정하는 데 참고가 될 국회 배상·보상 태스크포스 회의는 여전히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당사자인 가족들의 견해차를 좁히는 것도 쉽지 않다. 단원고 유가족 일부는 “성금 대부분을 교육·복지재단 설립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 유가족은 장학 재단 설립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비케이 안 한국기부문화연구소장은 “적절한 시기에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는 골든타임이 참사 수습에 매우 중요하다”라면서 “성금을 빠르게 처리할수록 사회적 분쟁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혜령 herstory@donga.com·박성진 기자
#세월호 참사#세월호 성금#세월호 실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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