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발전에 3중 유리창, 두께 30cm 단열재
서울 노원구 2016년 공급 ‘제로에너지 주택’ 가보니
“정말 말도 안돼.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요?”
2일 오후 노원구 하계동 골마을근린공원 안 ‘제로에너지 실험주택(Mock-up)’을 찾은 주부 김진숙 씨(49)는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도 도통 믿기지 않는 듯 몇 번이고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그가 못 믿겠다고 한 것은 실험주택에서 생산되는 전력량. 시간당 7.4kW 연간 5200kW의 전력를 생산하는데 통상적으로 같은 규모의 일반 가정집에서 연간 사용하는 전력(3600kW)보다 많아 쓰고도 남는다는 말 때문이다.
실험주택은 2016년 완공될 ‘제로에너지주택’을 그대로 재현한 전시용이다. 85.17m² 규모의 2층 복층으로 이날 처음 공개됐다.
○ 열 손실 줄이는 실험주택
실험주택의 겉모습은 도심의 단독주택보다는 한적한 시골마을의 전원주택에 가까웠다. 일반적으로 태양광 전지판이 주택 옥상에 놓여 있지만 실험주택에는 2층 정면에 붙어있는 것이 이색적이었다. 1층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서자 영하권을 맴돈 바깥 날씨와는 달리 훈훈한 공기가 돌았다.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걸치고 있던 외투를 벗어야 할 정도였다.
실험주택 곳곳에는 놀라운 기술이 숨어 있었다. 태양광 지열을 사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 일반적인 에너지 절약형 주택이지만 실험주택은 외부에서 전기나 에너지를 공급받지 않고 열 손실을 줄이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창호는 국내 처음으로 3중 유리를 설치해 실내에서 실외로 빠져나가는 열을 막았다. 벽면 단열재 두께도 8∼10cm가 보통이지만 30cm를 넣었다. 거실에 있는 전동 블라인드를 작동하면 적절한 실내온도와 쾌적한 공기 흐름을 맞출 수 있다. 가스레인지 대신 전기레인지를, 레인지후드는 천장에 열교환기로 바꿔 달아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그래도 부족한 에너지는 팰릿보일러와 태양광으로 충당한다. 팰릿보일러는 나뭇가지와 폐 목재, 톱밥으로 만든 팰릿을 연료로 사용한다. 주로 급수·난방 등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든다. 외벽에 설치된 일체형 태양광 전지판(26장)으로 집에 필요한 전기에너지를 공급받는다.
국민임대주택(전용 59m² 기준)의 난방 냉방 급탕 조명 환기 등 연간 에너지 비용은 평균 78만7000원인 반면 실험주택은 5분의 1인 수준인 15만 원 정도다. 실험주택 관람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02-2116-3927
○ 제로에너지 주택 2016년 121채 공급
제로에너지 주택단지는 국토교통부 서울시 노원구가 함께 건설에 나선다. 2016년 처음 입주한 후 최장 6년간 거주할 수 있는 순환형 국민임대주택이다. 신혼부부 대학생 1, 2인 직장인 가구주에게 우선 배정한다. △공동주택(7층) 3개동 106채 △단독주택 2개동 2채 △벽과 벽이 맞닿은 주택 2개동 4채 △3층 연립주택 1개동 9채 등 모두 121채를 실험주택 주변에 짓는다.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국내에서도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하는 주택이 있지만 유럽이나 선진국만큼 대중화되지 않았다”며 “세계에서 가장 에너지 효율이 높은 새로운 주거 모형을 건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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