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서 훔친 현금 수천만원 할머니댁 감나무 밑에 묻은 이유 물었더니

  • 동아일보

텅 빈 회사 사무실에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한 남성이 들어갔다. 그는 미리 파악해둔 금고 비밀번호를 눌렀고, 안에 있던 현금과 수표 8890만 원을 훔친 뒤 유유히 사라졌다. 지난달 14일 오전 8시경 서울 중구의 의류매장 본사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경찰이 10여 일간 인근 폐쇄회로(CC)TV와 차량 블랙박스 100여 대를 분석한 결과, 화면 속 인물은 해당 매장에서 4년간 근무한 직원 김모 씨(29)로 밝혀졌다. 김 씨는 범행 직후 태연히 출근하며 범행을 부인했지만 결국 "이사 보증금(1200만 원)을 마련하기 위해 훔쳤다"고 실토했다.

김 씨는 처음에는 "쓸 돈만 남기고 7300만 원은 태워버렸다"고 잡아뗐다. 하지만 경찰과 가족의 추궁 끝에 "할머니 댁 감나무 아래에 묻었다"고 털어놨다. 경찰 확인 결과 전북 부안에 위치한 김 씨의 할머니 집 마당에는 지름 50㎝, 깊이 30㎝ 정도의 구덩이에 7300만 원이 비닐에 싸인 채로 묻혀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금고에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있어 나머지를 감나무 밑에 묻어둔 것"이라며 "김 씨가 초중고 때 할머니댁에서 자랐기에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껴서 그곳에 묻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 씨를 지난달 27일 절도 혐의로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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