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 향촌동 가면 추억이 숨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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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거리 재현해 도심 관광명소 부상
1900∼1960년대 빵집-다방 그대로… 예술인 막걸리집-문인 작품 등 눈길… 수제화골목 맞춤구두 제작도 인기

20일 대구 중구 향촌문화관 2층 막걸리집에서 한 관람객이 모형 술잔과 음식을 보면서 즐거워하고 있다.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20일 대구 중구 향촌문화관 2층 막걸리집에서 한 관람객이 모형 술잔과 음식을 보면서 즐거워하고 있다.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대구 중구 중앙대로(향촌동) 일대가 새로운 도심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향촌동은 일제강점기에 주요 관공서와 술집, 여관이 들어서 대구 최고의 번화가로 불렸다. 6·25전쟁 당시에는 대구로 피란을 온 문인과 화가 등이 예술혼을 태웠던 곳이다. 그동안 도심 공동화 등의 영향으로 명성이 흐릿해졌다.

변화의 중심은 옛 상업은행 건물을 개조해 만든 대구문학관과 향촌문화관이다. 지난달 30일 문을 연 이후 19일까지 5000여 명이 찾았다. 향촌문화관은 1900∼1960년대 중앙로와 공구골목, 교동시장, 향촌동 등 대구의 중심가를 재현했다. 관람객은 옛 거리를 거닐며 당시 양복점과 빵집 서점 다방 금은방을 구경하는 재미를 느낀다. 각종 모형과 영상물에서는 근대 대구의 전경, 귀금속 세공 과정 등을 볼 수 있다.

피란 예술인이 즐겨 찾았던 막걸리집에는 안주와 음식 모형이 눈길을 끈다. 문화극장에서는 6·25전쟁 기간 대구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 ‘태양의 거리’(1952년)를 상영한다. 관람객에게는 당시 쓰였던 입장권을 선물로 준다.

대구 출신 문인을 만나는 대구문학관은 근대 문학의 흐름을 보는 아카이브(기록보관소)를 마련했다. 작가와의 동행 코너에 들어서면 동작을 인식하는 감지기가 작동해 이상화 이장희 현진건 등의 인물 소개와 주요 작품을 소리와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문인들이 남긴 서적을 읽고 시를 헤드폰으로 듣는 도서관도 있다. 어린이와 함께 그림 동화를 영상으로 즐기는 스크린도 있다. 박미정 씨(40·여)는 “과거 대구 모습과 문인의 삶을 돌아보는 역사교육 현장”이라며 “가족과 함께하는 전시와 강좌가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골목을 주제로 축제도 시작됐다. 대구수제화협회는 15, 16일 향촌동 일대에서 ‘제1회 빨간 구두 이야기’를 열었다. 1970년대부터 가게 60여 곳이 모여 있는 수제화골목(300m)을 알리기 위해서다. 불우이웃돕기 경매와 방문객 발에 구두가 딱 맞으면 선물로 주는 신데렐라 찾기 행사가 호응을 얻었다. 맞춤 구두 제작과 신발 염색 기법을 보여주는 부스는 인기를 모았다.

대구수제화협회는 지난해 10월 이곳에 공동판매장 ‘편아지오’를 열었다. 같은 해 5월에는 공동브랜드 개발과 골목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 정부의 마을기업 육성 사업에 선정됐다. 현재 회원 업체 30여 곳이 손으로 만든 신발과 구두 등 500여 종을 판매한다. 우종필 대구수제화협회 대표(50)는 “경기 침체와 중국산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향촌동 일대가 바뀌고 유동인구가 늘면서 상권이 살아나고 있다. 30년 이상 된 장인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수제화골목이 도심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중구는 대구문학관 향촌문화관 수제화골목을 근대골목투어 1코스에 추가하고 주변 거리를 재정비할 계획이다. 향촌동 인근에 전통한옥 게스트하우스(숙박시설)를 늘려 머물고 체험하는 관광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대구#향촌동#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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