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2015년말 직지 전통방식 복원 마무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총18억 들여 4년째 작업진행
무형문화재 임인호씨가 총괄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대표하는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인 직지가 내년 말 완전한 모습으로 재탄생한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01호인 임인호 금속활자장이 밀랍주조법으로 직지 금속활자를 재현해내고 있다. 청주시 제공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대표하는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인 직지가 내년 말 완전한 모습으로 재탄생한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01호인 임인호 금속활자장이 밀랍주조법으로 직지 금속활자를 재현해내고 있다. 청주시 제공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直指)’의 완전한 모습을 내년 말이면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충북 청주시에 따르면 시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직지’의 금속활자 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상권 19판(7∼25장)의 복원을 진행 중이다. 상하권인 직지는 현재 하권 2장부터 39장까지만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남아있다. 금속활자 복원 사업은 실물이 존재하는 하권부터 시작됐으며, 지난해 존재하지 않는 1장을 포함해 하권 39장이 모두 복원됐다. 목판본만 남아 있는 상권 1∼6장도 지난해 복원됐다.

진본이 없는 상권은 1378년 경기 여주 취암사에서 간행된 직지 목판본을 참고해 복원을 진행 중이다. 활자는 하권의 글자를 가져다 쓰거나 직지와 동일한 활자로 찍은 ‘자비도량참법집해’ 번각본 등을 참조하고 있다. 두 인본에서도 확인되지 않는 글자는 하권의 글자를 조합해 사용하는 등 최대한 원본에 가깝게 복원하고 있다. 내년에는 상권 39장 중 나머지 금속활자가 복원될 예정으로, 내년 말이면 상하권 78장의 금속활자 직지가 완전하게 재탄생할 예정이다. 청주시는 국비와 도비 등 총 18억1000만 원을 들여 직지 금속활자본과 목판본 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금속활자 복원은 중요무형문화재 제101호 임인호 씨가 맡고 있다. 2008년 타계한 금속활자 대가 오국진 선생의 제자인 임 씨는 전통 주조법인 ‘밀랍주조법’으로 직지를 되살리고 있다. 직지 주조법으로 추정되는 밀랍주조법은 △밀랍대에 글자본 붙이기 △어미자 만들기 △밀랍봉에 어미자 붙이기 △주형 제작 △탈납기 가열 △밀랍 녹이기 △주형틀에 쇳물 붓기 △주형 깨뜨리기 및 활자 다듬기 △조판 △인쇄 등의 과정을 거친다. 청주고인쇄박물관 관계자는 “금속활자 복원이 완료되면 ‘직지’를 간행한 청주의 창조적 정신과 문화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직지의 정식 명칭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 여러 선승의 법어와 설법 등에서 선(禪)의 요체가 될 만한 내용을 간추려 엮은 것이다. ‘직지’는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에서 나온 말로 ‘사람의 마음이 곧 부처’임을 뜻한다. 고려 우왕 3년(1377년) 백운화상이 청주의 흥덕사에서 발간했다. 흥덕사는 1985년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 택지개발사업 도중 ‘서원부흥덕사(西原府興德寺)’라고 새겨진 금구가 발견되면서 절터가 처음 확인됐다.

직지의 존재는 재불 서지학자였던 고 박병선 박사(1923∼2011)에 의해 드러났다. 박 박사는 서울 진명여고와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하고 1955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6·25전쟁 이후 유학비자를 받은 최초의 여성으로, 소르본대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프랑스고등교육원에서 종교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7년부터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서로 근무하게 된 박 박사는 이곳에서 직지를 발견하고, 고증작업을 벌여 ‘유네스코 세계 도서의 해’인 1972년 직지가 금속활자로 인쇄됐다는 사실을 국제 학계에 입증했다.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로 찍은 ‘42행 성서’보다 78년이나 앞선 직지는 현재 하권 1권만이 프랑스 파리국립도서관에 보관돼 있다. 2001년 9월 유네스코가 선정하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으며, 청주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2004년 4월 유네스코와 함께 직지상(賞)을 제정해 격년제로 시상하고 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