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동서남북]1년만에 허탈하게 사라지는 ‘자공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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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훈·사회부
지명훈·사회부
한솔고교는 세종시 한솔동에 2012년 3월 문을 열었다. 정부 중앙부처가 이전하기 전의 일이어서 주변은 공사차량의 흙먼지로 가득했다. 그럼에도 ‘명문고교로 만들어 보겠다’는 학교와 학부모들의 열의는 뜨거웠다. 그 노력이 결실을 맺어 지난해 3월 자율형공립고(자공고) 지정을 받았다. 학교 관계자는 “세종교육청은 물론이고 세종시도 명문고 육성이 세종시 성패를 좌우한다며 적극 도왔다. 학부모와 교사, 교육당국, 자방자치단체의 공동 노력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자공고 지정 이후 한솔고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이전한 정부기관의 자녀들이 속속 입학했다. 주변 대전지역에서도 한솔고 입학을 위해 이주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이 학교 홈페이지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교육개발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사의 지도를 받은 학생의 만족도는 학력 부분 4.00(만점 5.00), 인성 부분 3.90으로 다른 자공고(그 이전에 지정된 다른 지역의 자공고)보다 높았다. 학교 운영에 대한 학부모 및 지역사회의 지원 정도도 3.91로 다른 자공고 평균(3.67·2012년도 평균)보다 높았다.

그러나 한솔고의 노력의 결실이 꺾일 상황에 놓였다. 진보 성향의 신임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이 지난달 30일 “고입 비평준화로 인한 고교 서열화를 막기 위해 2018년 한솔고의 자공고 재지정을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한솔고의 구성원들은 당혹감에 빠졌다. 최규명 학교운영위원장은 “1년 반의 자공고 운영이 성공적이었음에도 학교의 의견은 들어보지도 않은 채 재지정 불가 방침을 밝힌 교육당국의 처사를 이해하기 힘들다”며 학부모 회의 등을 거쳐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평준화 도입으로 지역 인재의 유출을 경험했던 청주나 천안 등 주변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며 “선도적인 명문고가 없다면 세종시로의 이주를 꺼리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교육감의 생각대로 자공고 폐지가 상향 평준화가 될지 하향 평준화로 나타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교육 수요자의 의사를 도외시한 교육감의 일방적인 교육정책 결정은 교육 불신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지명훈·사회부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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