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고희정 작가의 과학 돋보기]‘이름 모를 시신’ 어떻게 누구인지 알아낼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사람마다 ‘DNA 지문‘ 달라요… 유전자-치아 이용한 과학수사법

지난주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은 바로 전남 순천에서 발견된 시신이 진짜 유병언 씨의 시신인지 아닌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2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문 채취와 유전자(DNA) 검사, 그리고 치아 일치 여부 조사 결과 시신이 진짜 유 씨임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는데요. 동아일보 26일자 A2면에도 유 씨의 시신을 부검하는 데 사용된 방법에 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DNA 검사와 치아로 신원을 파악할 수 있는 과학 원리와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DNA는 어디에 있을까요?

우리 몸은 약 6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각의 세포들은 모양과 크기, 하는 일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먼저 세포를 둘러싼 세포막은 세포의 모양을 유지시켜 주고, 영양분과 산소를 들여보내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일을 합니다. 세포막의 안쪽은 균일하고 투명한 젤리 형태의 ‘세포질’이 채우고 있습니다. 가운데에는 동그란 모양의 ‘핵’이 있는데, 그 속에는 막대기 모양의 ‘염색체’가 들어 있습니다. 바로 그 염색체 속에 DNA라는 물질이 있고, 거기에 모든 유전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세포질 속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도 DNA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토콘드리아는 호흡으로 마신 산소를 이용해 음식에서 흡수한 영양분을 태워 에너지를 만드는 일을 합니다.

○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DNA

DNA는 디옥시리보핵산의 줄임말로, 꼬인 줄사다리 모양의 기다란 끈처럼 보입니다. 우리 몸에는 약 3만5000∼4만 개의 DNA가 있습니다. 내가 부모님 또는 형제들과 비슷한 외모나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은 부모로부터 유전 정보가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의 모든 세포 속에 들어 있는 DNA는 다 똑같습니다. 몸에서 떨어져 나온 체세포의 DNA나 뇌세포의 DNA, 뼈에서 채취한 DNA가 모두 다 똑같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세포의 극히 일부분만 떨어져 나와도 이를 분석해 누구의 것인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DNA 검사에 주로 쓰이는 것은 머리카락, 피, 체세포, 땀, 침, 비듬까지 다양합니다. 또 DNA는 아주 오랫동안 보존됩니다. 사망한 지 수십 년이 지난 뼈나 생물학적 증거에서도 DNA를 추출해 분석할 수 있습니다. 최근 DNA 분석은 범인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내거나 변시체의 신원을 알아내는 중요한 과학수사 방법이 되었을 뿐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친부모나 형제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 치아와 과학수사

치아, 즉 이는 우리가 먹은 음식물을 부수거나 으깨어 소화를 도와줍니다. 앞니는 사람의 얼굴 모습에 영향을 미치고 발음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 얼굴의 발육과 씹는 것을 통해서 뇌에 자극을 주어 자율신경의 균형을 유지해 주는 역할도 합니다. 치아의 모양은 건강 상태와 식습관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앞니에 미세한 홈들이 나 있는 것은 어린 시절에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는 뜻이고, 어금니가 많이 닳아 있으면 딱딱한 음식을 많이 먹었다는 뜻입니다. 나이에 따라서도 치아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치아를 보면 나이를 대충 알 수 있습니다. 때우거나 치관을 씌운 치아 등 치료를 받은 흔적도 사람마다 다 다른 데다 치과 의사는 치료할 때마다 치아에 대한 모든 기록을 남겨둡니다.

게다가 치아는 아주 단단하고, 잘 부서지지 않으며, 불 속에서도 타지 않기 때문에 오래된 시신에도 턱뼈에 붙은 채 남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법치의학자들은 치아를 보고 시신의 나이, 직업, 버릇 등을 알아낼 수 있고, 생전의 치과 치료 기록과 비교해 보면 신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잇자국으로 범인 찾기

치아는 단단하기 때문에 어떤 것을 물면 그 물체에 잇자국, 즉 치흔이 남습니다. 바나나에 남은 잇자국으로 범인을 찾는 놀이를 해 볼까요? 비슷해 보이지만 확대경으로 꼼꼼히 비교해 보면 범인의 잇자국과 똑같은 잇자국을 찾을 수 있습니다.

사건 현장에 남은 잇자국은 범인을 찾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과일이나 치즈 같은 음식물뿐 아니라 피해자의 몸에서도 잇자국이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잇자국과 용의자의 치아 사진이나 치과 진료 기록 등을 비교해 보면 누구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일단 잇자국이 남아 있는 증거물을 찾으면 단단해지도록 경화제를 뿌리고, 실리콘 러버를 바른 후 굳혀서 떼어내 치본(치아를 본뜬 것)을 만듭니다. 그것을 용의자의 치과 진료 기록이나 치아의 X선 사진 등으로 알 수 있는 턱의 크기와 모양, 치료받은 치아 등을 비교하면 용의자의 것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DNA와 치아를 이용한 신원 식별 방법은 범인을 잡고, 변사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아주 유용한 과학수사 방법입니다. 하지만 과학수사 기법이 그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사건 현장에 떨어진 아주 작은 단서들이라도 잘 보존되어야 합니다. 앞으로도 과학이 누군가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이름 없는 시신에 이름표를 붙여주는 데 많은 기여를 하기 바랍니다.

고희정 작가
#유병언#DNA 검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