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도권]조선 최고 관청 의정부 터 찾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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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앞 시민광장 지하서 발견… 2013년 조형물 세우려 땅 파다 확인
보존대책 등 마련안돼 다시 덮어

문헌으로만 전해지던 조선시대 최고 관청 의정부 건물 터가 지난해 6월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 광화문시민열린마당(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옆)에서 발견됐다. 사진 [1]은 현재 흙과 보도블록으로 덮어놓은 광화문시민열린마당 전경. 사진 [2]는 발굴조사 중 나타난 건물 흔적으로 왼쪽 ‘ㄱ’자 석축 유구가 뚜렷한 모습. 사진 [3]은 발굴 중 발견된 조선 전기 기와 파편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문헌으로만 전해지던 조선시대 최고 관청 의정부 건물 터가 지난해 6월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 광화문시민열린마당(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옆)에서 발견됐다. 사진 [1]은 현재 흙과 보도블록으로 덮어놓은 광화문시민열린마당 전경. 사진 [2]는 발굴조사 중 나타난 건물 흔적으로 왼쪽 ‘ㄱ’자 석축 유구가 뚜렷한 모습. 사진 [3]은 발굴 중 발견된 조선 전기 기와 파편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조선시대 최고 관청인 의정부(議政府) 건물 터가 광화문시민열린마당(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옆)에서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옛 지도와 문헌을 통해 대략적으로 의정부가 이 근방에 위치했을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실제 의정부의 유구(옛 건축물 흔적)가 발굴된 것은 처음이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의정부 유구 발굴은 지난해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시는 한글마루지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조선어학회 선열 상징조형물’을 세울 장소로 광화문시민열린마당을 택했다. 공사 전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매장문화재를 먼저 살펴보기 위해 조형물이 들어설 장소의 발굴조사를 겨레문화유산연구원에 의뢰했다. 연구원의 조사 중 지표면에서 약 1.2m를 파내려 가자 조선시대 건물 기초부와 기와들이 무더기로 나오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문화재청에 이를 통보했고, 문화재청은 지난해 8월 23일 문화재위원회 매장문화재분과 회의를 열어 이 일대를 의정부 터 건물 추정지로 판단한 뒤 공사를 중지시키고 일단 원형대로 보존키로 했다. 매장문화재는 원형대로 보존하는 게 기본원칙일뿐더러 당장 대규모 발굴에 따른 경비 마련과 발굴 이후 보존 대책이 세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발굴 지역을 다시 흙과 보도블록으로 덮었다. 조선어학회 선열 상징조형물은 세종문화회관 옆 세종로공원에 세우기로 방침을 바꿨다.

당초 조형물을 세울 장소를 물색하러 발굴 조사를 펼친 것이기에 발굴이 이뤄진 면적은 100m²(가로세로 각각 10m)밖에 안 된다. 하지만 이 좁은 공간에서 조선 전기에서부터 후기까지의 건물 3기의 기초부 유구가 중첩 발견됐다. 1호 건물 유구는 ‘ㄱ’자형 석축 유구로 ‘ㅡ’ 부분은 길이 3.1m, 폭 5.65m였고 ‘l’자 부분은 길이 4.35m, 폭 3.95m. 조선 전기 건물의 기초부로 파악됐다. 2호 건물 유구는 적심(積心·초석 아래 돌로 쌓은 기초 부분) 1개이며 지름 1m가량의 원형 형태였다. 3호 건물 유구는 건물 장대석(長臺石·길게 잘 다듬은 돌) 1기로 길이 1.6m다. 유구는 땅에 다시 묻혔으며 발굴 과정에서 나온 조선시대 기와 및 자기 조각 13점은 국가에 귀속 조치됐다.

대한제국 시기인 1907∼1910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광화문외제관아실측평면도(光化門外諸官衙實測平面圖)’를 살펴보면 의정부 자리에 당시 내부(內部·내무부)가 들어서 있다. 평면도를 살펴보면 현재 발굴 지역에 건물 2동이 중첩돼 세워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전의 의정부 건물들이 어떻게 배치돼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아 현재 발굴된 유구의 성격을 명확히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밝혔다.

이은석 문화재청 학예연구관은 “건물의 초석이나 기와들을 봤을 때 의정부 터는 확실하지만 워낙 좁은 지역이 발굴된 상태라 의정부의 어떤 건물인지는 더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정 서울시문화재연구팀장은 “발굴된 유구들은 현재 원 위치에 원형대로 보존돼 있으며 향후 광화문시민열린마당 전체에 대한 정비 계획이 수립되면 사전 발굴을 통해 의정부 터의 시대별 변화상이 더욱 확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조선시대 최고 관청#의정부 터#광화문시민열린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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