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인플레로 변별력 저하… 자사고 입시, 면접-자소서가 변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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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전형-비교과영역 중요성 커지고 교내 수상실적 인정 등 더 복잡해져
“6월 교육감 선거후엔 또 바뀔 것” 일선 교사-학부모 불만도 높아져

올해 고교 입시부터 내신 반영 방식이 성취평가제로 바뀌고, 자율형사립고 입시안도 지난해와 크게 달라져 자사고 입시 준비가 더 복잡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특화된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자사고의 수업 현장. 왼쪽이 서울 경희고, 오른쪽은 중동고. 동아일보DB
올해 고교 입시부터 내신 반영 방식이 성취평가제로 바뀌고, 자율형사립고 입시안도 지난해와 크게 달라져 자사고 입시 준비가 더 복잡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특화된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자사고의 수업 현장. 왼쪽이 서울 경희고, 오른쪽은 중동고. 동아일보DB
서울을 시작으로 17개 시도 교육청이 속속 2015학년도 고교 입학전형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가 일반고 강화 방안을 마련하면서 자율형사립고와 특수목적고의 입시 틀을 바꿈에 따라 올해 고교 입시는 지난해와 크게 달라졌다.

특히 자사고 입시가 시도별로 다르고, 올해 입시부터 중학교 내신이 절대평가로 적용됨에 따라 교육 당국의 의도와 달리 자사고 입시 준비는 더 까다로워졌다.

○ 시도마다 다른 자사고 입시

지난 정부가 고교 다양화 정책에 따라 만든 자사고는 지원 자격에 성적 제한을 두어 중상위권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지난해 교육부가 평준화 지역의 모든 자사고 입시에 성적 제한을 없애고 전면 추첨제를 도입하겠다고 예고하면서 혼란이 일었다. 반대 여론이 커지자 교육부는 두 달 만에 서울에 대해서만 추첨제를 도입하되 학교에 면접 권한을 주기로 입시안을 바꿨다. 나머지 시도는 내신 성적 제한을 유지하되 원하는 곳은 서울처럼 추첨제를 도입하도록 했다.

예상대로 올해 대부분 시도가 내신 성적 제한을 유지하기로 했다. 반영 비율과 방식은 각기 다르다. 광주는 상위 30%, 전북은 50% 이내가 지원할 수 있다. 경기 부산 대구 등은 2단계에서도 내신을 반영한다.

서울의 경우 기존에 내신 50%로 제한했던 지원 자격이 사라진다. 대신 1단계에서 입학 정원의 1.5배를 뽑은 뒤 자기소개서와 면접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 내신 절대평가로 더 복잡해진 입시

서울 지역 자사고가 사실상 선발권을 갖게 된 가운데 올해 입시부터 내신 반영 방식이 바뀐 것이 입시 판도의 변수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내신을 상대평가로 반영했지만 올해부터 절대평가로 반영한다. A∼F의 6등급으로 나누는 성취평가제가 적용되는 것이다.

학교알리미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중학교 2학년 학생 가운데 영어 내신 A등급(9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이 2만 명이 넘을 정도로 내신 인플레가 생긴 상황. 내신을 반영하는 시도에서는 자사고 모집 정원보다 A등급을 받은 학생이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신 변별력이 떨어지면 그만큼 다른 요소의 평가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오히려 자사고 입시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서울 지역에서는 예년 경쟁률이 1.5 대 1이 넘는 학교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1단계에서 1.5배수를 추첨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기존에는 내신 50% 이내에만 들면 추첨에 운을 맡겼지만, 이제는 자기소개서와 면접 준비를 해야 하므로 오히려 부담이 늘었다는 것이다.

광주와 전북은 2단계에서 추첨을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나머지 시도 학생들은 주요 과목의 내신 A등급 확보는 기본이고, 다른 전형 요소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 됐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올해부터 서류와 면접 평가가 처음 들어가기 때문에 비교과 영역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며 “특히 교내 수상 실적이 인정되므로 학교 입장에서는 더 우수한 학생을 골라 뽑을 수 있는 여지가 커졌고 학생 입장에서는 입시 준비가 복잡해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 입시안 바뀌는 것도 불안 요소

일반고 강화 방안의 나비효과로 자사고 입시가 더 꼬였다는 불만이 나오는 가운데 언제 또 입시안이 바뀔지 모른다는 것도 문제다. 시도 교육청의 방침에 따라 자사고 지원 자격이나 선발 방식이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광주의 경우 장휘국 교육감의 지시로 자사고 입학 지원 시 성적 제한 규정을 없애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의 송원고와 숭덕고는 중학교 내신 상위 30%의 학생들만 지원할 수 있도록 자격 제한을 두고 있는데, 이르면 내년부터 교육청이 이를 없애거나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해당 학교들은 자사고 운영 취지를 훼손하는 조치라며 반대하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은 “서울 지역 자사고 입시안이 오히려 귀족학교를 만들 우려가 있다”며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 A자사고 교장은 “올해 교육감 선거 결과에 따라 자사고 입시가 또 흔들리지 않겠느냐”면서 “입시가 자꾸 바뀌는 것은 학교와 학생 모두에게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서울 B자사고 교장은 “자기소개서와 면접으로 학생을 선발해 보면 또 이런저런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여론에 따라 입시안이 이리저리 바뀔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우수한 고교를 만들겠다며 도입한 자사고가 일반고 강화 및 사교육 감소 정책과 뒤섞이면서 현장을 힘들게 만드는 방향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자사고 입시#내신#절대평가#면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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