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실크로드는 수많은 문명의 소통로 역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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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우범 인하대 홍보팀장 책 출간… 10년간 관련지역 50여 차례 답사

중국 간쑤(甘肅) 성 산단(山丹) 현에는 영국인 저널리스트인 조지 호그의 무덤이 있는 능원(陵園)이 있다. 덩샤오핑(鄧小平)은 이 능원에 조지 호그를 추모하는 글을 남겼다.

‘위대한 국제주의 전사여! 당신의 숭고한 그 뜻을 우리는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다.’

호그는 1937년 난징(南京) 대학살을 취재하다 일본군에 잡혀 처형되기 직전 중국 장군에게 극적으로 구출된다.

그 뒤 호그는 후베이(湖北) 성 황스(黃石) 마을에서 60여 명의 고아를 돌본다. 그러나 국민당 군이 전쟁에 아이들을 동원하자 호그는 아이들과 마을을 탈출한다. 해발 3000m가 넘는 산맥을 넘어 1000여 km의 긴 여정 끝에 도착한 곳이 산단 현. 호그는 긴 여정에서 걸린 파상풍을 치료하지 못해 1945년 30세 나이로 삶을 마감한다.

산단 현은 중국 실크로드의 중간에 있는 도시다. 실크로드의 중국 출발점인 시안(西安)과는 2000여 km 떨어져 있다.

인하대 허우범 씨(52·홍보팀장·사진)가 최근 펴낸 동서양의 문명길 ‘실크로드’(출판사 책문)는 이처럼 실크로드 곳곳에 숨겨진 역사와 삶을 속속들이 보여준다.

그가 10년간 실크로드의 현장에서 발로 뛰고 눈으로 확인해 엮어낸 책이다. 중국, 중앙아시아 5개국,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이란, 터키, 그리스, 로마, 발칸반도(9개국) 등을 무려 50여 차례나 답사했다.

그는 실크로드에 대해 “흔히 비단 무역 길로 알고 있지만 자연과 인간의 교감이 만들어 낸 길, 다툼과 고립을 넘어 소통과 화합을 피워낸 길, 수많은 민족과 국가가 명멸해 역사와 문명을 만들어낸 길”이라고 말했다.

허 씨가 이번에 낸 실크로드-하서주랑(황허 강 서쪽에 산맥 사이로 복도처럼 펼쳐진 길) 편에서는 실크로드의 출발점인 시안에서 둔황(敦煌)까지를 다뤘다. 앞으로 9권의 실크로드 책을 추가로 낼 계획이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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